東西古今

발탁인사, 납득할 만한 원칙 필요

뚜르(Tours) 2014. 3. 28. 14:35

중국 전국시대 중반에 활동했던 맹자 역시 자신의 능력을 당시 유력한 제후들에게 팔러 다니는 정치가였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오너인 제후의 눈에 들어 높은 자리에 올라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하고픈 욕심이 있던 사람이었다. 그는 여러 제후들을 만나고 다녔는데 그 중 제나라를 통치하던 선왕(宣王)이 맹자에게 인사정책에 대해 물었다.

“맹 선생, 어떻게 하면 내가 데리고 있는 신하들 중 능력 없이 월급만 받아먹는 사람을 추려서 자를 수 있겠소(王曰 吾何以識其下才而舍之)?”

제나라 선왕은 인재를 발탁하는 법보다 밥만 축내는 신하를 자르는 방법을 일단 먼저 물었던 것이다. 이 질문에 맹자는 사람을 내치기에 앞서 애초부터 인재의 등용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군주가 능력 있는 사람을 갑자기 높은 자리에 등용할 때는 부득이 하는 것처럼 해야 합니다.(國君進賢如不得己).”

발탁인사는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기존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뛰어넘고 오너와 먼 관계에 있던 사람이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을 추월하기 때문이다(將使卑踰尊, 疏踰戚).

“그러니 얼마나 신중해야 하겠습니까(下不愼與)?”

맹자의 날카로운 지적은 오늘날 파격인사의 문제점과 다르지 않다. 젝 웰치도 미시건 대학 MBA 과정 학생들과 함께 한 강연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모든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의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BMW와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며 열을 올릴 때 그 대열에 동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 공장에서 일한 일반 직원들과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엔 너무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 말은 최고의 대우로 모시는 인재의 초빙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선 중요하지만 기존의 질서체계를 흔드는 작용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납득할 만한 원칙이 없으면 갑작스런 발탁인사는 안 된다는 것이 맹자의 생각이었다. 맹자가 말하는 인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의 능력을 인정하느냐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맹자는 이렇게 말한다.

“주변 보좌관들이 아무리 좋다고 추천해도 안 된다(左右皆曰賢 未可也). 힘있는 관료들이 아무리 추천해도 해서는 안 된다(諸大夫皆曰賢 未可也). 국민이 모두 능력 있다고 말할 때(國人皆曰賢) 살핀 연후에 오너가 직접 능력을 검증해 등용해야 한다(然後察之 見賢焉 然後用之).”

주변의 측근들이 인사권을 쥐고 흔들고 유력한 실력자의 압력이 인사의 원칙이 되는 조직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납득할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인정 받는 조직이야말로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다. 맹자는 인재의 등용과 아울러 해임할 때도 이 원칙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주변 사람들이 자르라고 해도 따르지 말고 관료들이 건의해도 하지 말고 오직 백성들이 그 사람은 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할 때 직접 살펴보고 그만한 이유가 있으면 그를 해임하라는 것이다. 결국 맹자의 인사원칙은 맹자가 그토록 꿈꾸던 민본주의에 기초한 왕도정치의 한 벙법론이었다. 맹자는 그의 인사이론을 마치면서 이렇게 결론을 맺고 있다.

“이렇게 백성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인사정책을 하는 군주만이 진정한 백성들의 부모로 떳떳이 나설 수 있을 것이다.(如此 然後可以爲民父母).”

지금까지 맹자의 인사원칙을 간단하게 살펴봤다. 비록 혼란과 경쟁의 시대를 살았던 춘추전국시대의 정치가의 외침이지만 오늘날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도 귀담아들을 이야기다.

“주변 측근의 말을 듣지 마라! 실력자의 이야기도 듣지 마라! 오직 국민이 원하는 사람을 등용하는 군주가 진정한 백성의 부모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이 잊지 말아야 할 인사 원칙이다.

박재희 / 현대동양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