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불려지환(不慮之患)

뚜르(Tours) 2014. 5. 20. 22:08

 

 

평소에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늘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고 조심한다.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 징후가 보이면 병원을 찾거나 자신의 습관을 조절한다.

그러나 평소에 건강에 자신 있다고 큰소리치며 아무런 대비도 안 하던 사람은 크게 건강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의 위기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태풍이나 기상재해가 예보되면 사람들은 위기를 막기 위해 대비를 한다.

미리 준비만 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재해는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하기에 그 피해가 심각하다.

 

조선 후기 학자 서계 박세당(西溪 朴世堂) 선생은 사람의 위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더욱

크게 발생한다고 강조하면서 ‘불려지환(不慮之患)’의 개념을 제시했다.

‘생각(慮)지 못한(不) 곳에서 큰 재앙(患)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인간의 위기는(人之患), 생각하고 예상한 곳에서 일어나지 않는다(不作於其所慮),

항상 생각지 못한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다(常作於其所不慮者也).’

박세당 선생의 ‘남화경주해산보(南華經註解刪補)’에 나오는 글귀다.

 

논어(論語)에도 미리 다가올 위기에 대해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시일에 재앙을 당한다는 구절이 있다.

‘사람이 미래에 다가올 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대비하지 않으면(人無遠慮), 반드시 가까운

시간에 근심이 생길 것이다(必有近憂).’

 

기업이 지금 잘된다고 해서 지속적 생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하지 않으면 가까운 시일에 사업 기반이 흔들린다.

국가 역시 미래의 생존전략을 제대로 세워놓지 않으면 치명적인 국난(國難)을 당할 수 있다.

 

평소에 걱정하던 일은 의외로 큰 위기로 번지지 않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큰 위기가

생겨난다는 말은, 결국 위기를 미리 막고 대비하려면 우리가 생각지 못한 곳부터 차근차근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큰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서계 박세당 선생의 글을 통해 혹시라도

우리가 방심하거나 놓치고 있는 곳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박재희 /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