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복시성

교황, 한국 수녀가 지은 祭衣 입고 "福者" 선포

뚜르(Tours) 2014. 8. 6. 13:10

"공경하올 하느님의 종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位) 동료 순교자들을 '복자(福者)'라 부르고, 5월 29일에 그분들의 축일(祝日)을 거행하도록 허락한다."

16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시복식(諡福式)에서 교황이 라틴어로 이렇게 선포하는 순간, 우리나라의 새 복자 124명이 탄생한다. '복자'는 '성인(聖人)'의 바로 아래 단계로 신앙과 덕행을 인정받아 천주교회가 공경할 대상으로 모시는 사람이다. 이날 교황은 한국의 수녀들이 지은 붉은색 제의(祭衣)를 입는다.

숫자로 보는 시복식.
교황이 집전할 시복식 얼개가 확정됐다. 5일 교황방한준비위원회(방준위)에 따르면 교황은 16일 오전 서소문 순교성지를 순례한 후 서울시청부터 광화문광장까지 카 퍼레이드를 하고 시복식장에 들어선다. 퍼레이드 때는 쏘울이 아닌 무개차(無蓋車)를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복식, 미사 초반 10분간 진행

이날 미사는 염수정 추기경과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공동집전자로 교황의 양옆에 서게 된다. 교황과 수행단 성직자 8명, 각국 주교 60여명, 한국 주교단 30여명 등 90여명의 주교단은 순교를 상징하는 붉은색 제의와 영대(領帶·목에 걸쳐 무릎까지 늘어뜨리는 띠)를 착용한다.

시복 예식은 미사 초반 약 10분간 진행된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장 안명옥 주교(마산교구장)와 로마 주재 청원인으로 활동한 김종수 신부(로마한인신학원장)가 청원하면 교황은 시복을 선언한다. 미사 때 교황은 라틴어로 말하고 신자들은 한국어로 대답한다. 교황 강론은 이탈리아어로 진행할 예정. 미사는 약 2시간 동안 진행된다.

17만 신자 새벽 4시부터 입장

미사 때 교황이 신자들과 가깝게 만나기 위해 제단의 높이도 1.8m로 낮췄다. 미사에 참여할 신자들은 전국 16개 교구에서 추첨으로 뽑힌 17만명. 광화문에서 대한문 앞까지 1.2㎞에 걸쳐 6개 구역으로 나눴다. 금속탐지기 검색과 신원 확인 등 때문에 신자들은 새벽 4~7시에 입장을 마치게 된다. 교황방한 서울대교구 준비위원회 유경촌 주교는 5일 "시민 불편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양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국 수녀가 지은 祭衣

교황은 시복식과 18일 명동성당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한국의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수녀들이 만든 제의를 입는다. 시복식 제의는 붉은색 바탕에 방한 기념 로고와 성작(聖爵·미사 때 포도주를 담는 그릇) 그리고 순교자의 수난을 상징하는 칼을 색실로 수놓았다.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제의에는 흰색 바탕에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수놓였다. 제의 안에 받쳐입는 장백의(長白衣)는 천주교 저소득층 주민 봉제협동조합인 '솔샘일터' 조합원 정진숙씨가 만들었다. 이 장백의 아랫단과 소매단, 옆선엔 무궁화 124송이가 수놓였다.

 

 

<조선일보. 2014.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