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례(성모 승천 대축일)
오늘은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께서 지상 생애를 마치신 다음 하늘로 불려
올라가셨다는 신앙 교의를 받아들여 성모님의 승천을 기리는 의무 축일이다. 성
모님의 승천은 『성경』에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초대 교회 때부터 내려오는 전
승에 따른 것이다. 1950년 비오 12세 교황은 성모 승천의 신비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였다. 성모 승천은 그리스도 안에서 산 모든 사람이 누리게 될 구원의 영
광을 미리 보여 주는 '위로와 희망의 표지'이다.
말씀의 초대
요한 묵시록은 하느님의 계약 궤가 나타난 뒤 하늘에 큰 표징이 드러난 것을 전
해 준다.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의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
나타난 것이다. 또 다른 표징으로 하늘에 나타난 것은 크고 붉은 용이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에게서 되살아나 죽은 이들의 맏물이 되셨
다고 고백한다. 죽음이 아담 한 사람을 통해 온 것처럼 부활도 그리스도 한 사람을
통해 왔으며,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날 것이다(제2독서). 성모 마리아
께서 엘리사벳을 방문하신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성모님을 찬양하고,
성모님께서는 주님을 찬송하신다(복음).
제1독서
하늘에 있는 하느님의 성전이 열리고 성전 안에 있는 하느님의 계약 궤가 나타났
습니다. 그리고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
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 여인은 아기를 배고 있
었는데, 해산의 진통과 괴로움으로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표징이 하늘에 나타났습니다. 크고 붉은 용인데, 머리가 일곱이고 뿔이
열이었으며 일곱 머리에는 모두 작은 관을 쓰고 있었습니다. 용의 꼬리가 하늘의
별 삼분의 일을 휩쓸어 땅으로 내던졌습니다. 그 용은 여인이 해산하기만 하면 아
이를 삼켜 버리려고, 이제 막 해산하려는 그 여인 앞에 지켜 서 있었습니다.
이윽고 여인이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사내아이는 쇠지팡이로 모든 민족들을
다스릴 분입니다. 그런데 그 여인의 아이가 하느님께로, 그분의 어좌로 들어 올려
졌습니다. 여인은 광야로 달아났습니다. 거기에는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처소가
있었습니다.
그때에 나는 하늘에서 큰 목소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
하느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와, 그분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났다."
(묵시 11,19ㄱ;12,1-6ㄱㄷ.10ㄱㄴㄷ)
제2독서
형제 여러분,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습니다. 죽은 이
들의 맏물이 되셨습니다. 죽음이 한 사람을 통하여 왔으므로 부활도 한 사람을 통
하여 온 것입니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날 것입니다.
그러나 각각 차례가 있습니다. 맏물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다음은 그리스도께
서 재림하실 때, 그분께 속한 이들입니다. 그러고는 종말입니다. 그때에 그리스도
께서는 모든 권세와 모든 권력과 권능을 파멸시키시고 나서 나라를 하느님 아버지
께 넘겨 드리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원수를 그리스도의 발아래 잡아다 놓으실 때까지는 그리스도
께서 다스리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파멸되어야 하는 원수는 죽음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그의 발아래 굴복시키셨습니다.(1코린 15,20-27ㄱ)
복음
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
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그러자 마리아가 말하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
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
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
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우리 조상들
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마리아는 석 달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루카 1,
39-56)
오늘의 묵상
성모 승천 대축일이 우리 민족에게는 각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바로 이날 우리
민족이 일제의 강압에서 벗어나는 해방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 교회는 어두
운 식민지 시대 동안 성모님께서 끊임없이 우리 민족을 돌보셨으며 마침내 해방이
라는 큰 선물을 주셨다고 믿었습니다. 한국 교회의 유달리 강한 성모님에 대한 신
심과 공경은 이러한 민족적 차원의 체험과도 깊은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한국 교회가 광복의 기쁨을 성모 승천 대축일에 맞은 것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로서 이해하고 간직한 것은 우리 교회의 매우 귀중한 자산입
니다. 교회가 시대의 모순과 사람들의 고통을 만날 때 그것을 회피하거나 세상의
힘과 노리에 따라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신앙을 실천하게 하는 영적인 원
천을 이러한 체험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의 보호와 전구를 믿으며 주님의 길에 충실한 가운데 고난을 이겨내리라
는 희망을 갖는 교회는, 참으로 민족을 위한 빛과 소금이 됩니다. 성모 승천 대축
일은 우리 민족에 대한 한국 교회의 소명을 기억하게 하는 날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명은 또한 성모님의 영광을 통하여 온 인류가 가지는 구원에 대한 보편적
인 희망과 깊이 결속되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듯이, 젊은 여인의 성모님께서는 '성모의 노래'를 통해 세상의
권세가 주님 앞에서 패배하리라는 것을 힘차게 노래하십니다. 또한 제1독서에서
는, 거대한 악의 세력이 호시탐탐 노린다 하더라도 여인에게서 태어나 아이가 세상
을 궁극적 구원으로 이끄시리라는 것을 봅니다.
오늘 독서를 통하여 지금 여기에서 인간화와 인간 구원을 위해 민족의 아픔에
구체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보편 교회의 구원 소명에 참여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시대와 민족을 위한 교회의 사명을 깊이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구원
의 역사에 참여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매일미사에서 옮겨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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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티 없이 깨끗하신 동정녀이시며 성자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하늘로 부르시어,
그 육신과 영혼이 함께 천상 영광을 누리게 하셨으니,
저희도 언제나 하느님을 그리워하며 그 영광을 함께 누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14. 8. 15.
Martinus
대영광송 / GL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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