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돌아온 저녁/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2009. 5. 문학과지성사
출처 : 블로그 '하루 시 한 편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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