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사 / 박성우
심포에는 바다에 몸을 던지려다가
문득, 마리를 깎은 뒤
제 스스로 절이 된 망해사가 있다
시퍼렇게 깎은 머리를 한 채
벼랑 끝에 가부좌 틀고 앉아 수행하는
망해사 낙서전이 있다
망해의 생살을 밀고 나온
검붉은 사리 하나 서해로 떨 어 진 다
닳아진 염주처럼 떠 있던 고군산열도,
바닷물 붉게 그 사리를 닦는다
잘 씻겨진 보름달이 젖은 채로
곧 올려질 것이다
- 박성우, 『거미』(창비,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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