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 최금녀
내 몸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이 감꼭지처럼 붙어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다
몸 중심부에 고정되어
어머니의 양수 속을 떠나온 후에는
한 번도 클릭해 본 적 없는 사이트다
사물과 나의 관계가 기우뚱거릴 때
감꼭지를 닮은 그곳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더블클릭을 해보고 싶다
감꼭지와 연결된 신의 영역에서
까만 눈을 반짝일 감의 씨앗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배꼽을 들여다본다
열어볼 수 없는 아이디 하나
몸에 간직하고 이 세상에 나온 나,
시집 『저 분홍빛 손들』(문학아카데미,2006) 중에서
<블로그 '시와 음악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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