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골목, 잠깐

뚜르(Tours) 2023. 10. 31. 09:50


“무단 투기 단속 촬영 중입니다 적발 시엔 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습니다”
골목을 지날 때마다 들려오는 목소리,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음에도 그 앞을 지
나가는 것은 벌서는 기분이다 으슥한 곳의 키스는 짜릿하다 보이지 않는 곳의 오줌발은
개운하다 개의 영역처럼 골목은 냄새의 천국, 어김없이 무단으로 버려지는 손의 습성이
있다 단속이라는 말은 강제성이 있다 마이크 불며 쫓아다닌 호소의 말은 얕다 버리는 자
에게 ‘양심을 지키면 백만 원의 상금을 드리겠습니다’ 금지보다 장려가 낫다 버리는 것과
거두는 것의 차이

잠깐, 해바라기가 보고 있다

- 김송포, 시 ‘골목, 잠깐’


근처만 지나가도, 강아지가 냄새만 맡아도 들려오는 경계의 목소리. 무단 투기에 대한
엄포 같기도 하고, 죄인으로 만드는 것도 같은 말. 골목의 은밀함과 으슥함. 마치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 어둡거나 적나라한 골목입니다.

 

<사색의 향기>

'Greetings(손님들에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국 영웅들을 위한 기도  (0) 2023.11.02
11월 첫날의 기도  (0) 2023.11.01
그냥 발을 내디뎌라  (0) 2023.10.30
위령성월 전대사  (0) 2023.10.27
가을이 깊어간다  (0) 2023.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