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새옷 입고 / 문정희

뚜르(Tours) 2024. 1. 2. 08:41

 

 

새옷 입고   / 문정희

 

새해에는 새옷 하나

지어 입을까보다

하늘에서 목욕 나온 선녀들처럼

헌옷은 훌훌 벗어버리고

가쁜한 알몸 위에

새옷 하나 갈아입을까보다

내가 사는 숲속에는 가시가 많아

그 가시에 찢기워 상처 많은 옷

흔해빠진 고독

이제는 훌훌 벗어버리고

새해에는

새옷 입고 새로 사랑할까보다

가만히 있어도

하늘이 가득 차오르는

우물 같은 사람 하나 만날까보다

누가 와서 훔쳐가도

흠 하나 없는 마알간 미소

마시면 등골까지 시원해지는

새해에는

그런 우물 하나

마음 속에 키울까보다

새옷 입고 거기 서서

물이나 길을까보다

- 문정희,『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파람북,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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