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옷 입고 / 문정희
새해에는 새옷 하나
지어 입을까보다
하늘에서 목욕 나온 선녀들처럼
헌옷은 훌훌 벗어버리고
가쁜한 알몸 위에
새옷 하나 갈아입을까보다
내가 사는 숲속에는 가시가 많아
그 가시에 찢기워 상처 많은 옷
흔해빠진 고독
이제는 훌훌 벗어버리고
새해에는
새옷 입고 새로 사랑할까보다
가만히 있어도
하늘이 가득 차오르는
우물 같은 사람 하나 만날까보다
누가 와서 훔쳐가도
흠 하나 없는 마알간 미소
마시면 등골까지 시원해지는
새해에는
그런 우물 하나
마음 속에 키울까보다
새옷 입고 거기 서서
물이나 길을까보다
- 문정희,『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파람북,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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