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젊었을 때
주천의 연밭에 갔을 때는
오직 연꽃만 보였다
마흔을 넘기고
쉰을 바라볼 때
비로소 연 이파리 아래가 보였다
온통 개구리밥으로 덮인
또 다른 초록 세상
그 밥을 뒤집어쓰고
눈만 내민 청개구리가 말했다
너는
이제야 왔느냐고.
- 서봉교, 시 ‘주천의 연밭에서’
세상 이치를 모를 때는 결과물이 먼저 보이기도 합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여서 화려한 것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적당히 나이가 든 후에야
꽃을 피우기 위해 흘린 눈물, 결과를 짓기 위해 몸부림친 노고를 압니다.
그것은 세상을 보는 눈을 드디어 가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색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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