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스페인이 우승컵을 가져간 잉글랜드와의 유로 2024 결승전 보셨나요? 오전 9시에는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의 코파아메리카 결승전이 이어져 지구촌이 축구로 후끈거립니다.
축구는 전쟁입니다. 우루과이 저널리스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명언처럼 “축구는 전쟁의 은유이지만, 때때로 진짜 전쟁으로 바뀌기도 합니다(Soccer, metaphor for war, at times turns into real war).” 그러면서도 축구는 예술이기도 합니다. 그라운드 위의 마술은 사람들을 뜨겁게, 때로 미치게 만듭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는 축구(蹴球)가 축구(畜狗)가 되고 있는 듯합니다. 축구(畜狗)는 개를 가리키는 말로 누군가를 낮잡아 부를 때 쓰지요? 대한축구협회가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의아해 하던 클리스만을 감독으로 뽑았다가 망신당한 뒤, 나중에 정몽규 회장 지시에 따라 절차를 무시하고 선발한 것이 드러났지요. 올림픽 대표팀이 ‘10년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것이 이상하지도 않습니다. 최근엔 청소년 대표팀이 그동안 한 수 아래로 평가했던 중국에 연패하기도 했고요.
그런데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던 대한축구협회가 이번에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면서 축구 팬들의 분노를 폭발시켰습니다. 엘링 홀란드와 황희찬 등을 키운 감독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꾸린 뒤 최근 코파아메리카에서 캐나다를 4강에 올린 제시 마쉬를 비롯한 해외 명장들과 접촉하는 시늉만 하고, 설마했던 홍명보를 감독으로 임명했습니다. 홍 감독은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절대 감독 안 맡는다고 큰소리쳤는데…. 박주호, 이영표, 박지성 등 ‘공부하는 선출’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것이 ‘그래도 양심과 용기 있는 축구인들이 있네’라는 측면에서 그나마 위안입니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축구협회가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게 압도적 여론인 듯합니다. 평생 운동만 했던 선수들이 재벌을 왕처럼 모시면서 스스로 ‘간신나라 충신’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20, 30년 전 축구화에 막걸리를 부어 마시며 맺은 의리가 룸살롱 유흥으로 이어졌다 들켜 곤욕을 치렀어도 반성하지 않고 ‘그들만의 리그’를 강화해 온 결과인가요.
축구 팬들이 분노하는 것은 '엘리트 스포츠'의 틀 안에서 자리 잡은 '축구 정치인들'보다 거스 히딩크처럼 이 틀에서 독립적인 명장이 어떻게 대한민국 축구의 잠재력을 살려내는지 생생히 지켜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적어도 간섭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갖췄을 땐 부끄럽지 않은 경기력은 보여줬습니다.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에서는 난리인데도 주요 언론에서는 별로 다루지 않으니, 주요 언론이 유튜브의 난장판을 비판하는 것이 설득력 없게 돼 버렸습니다. 축협의 '관리'에 이른바 주요 언론의 상당수 기자들이 포함됐기 때문일 겁니다.
환골탈태(換骨奪胎)는 말 그대로 뼈를 바꾸고 사람 틀을 벗겨내 새 사람으로 다시 나는 겁니다. 평생 떠받들리는 삶만 살아온 재벌가 일원과 그에 대한 충성 경쟁을 벌이는 축구인들이 과연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요? 박지성이 넌지시 일깨운 대로 정몽규 회장은 축협에서 물러나 선친인 ‘포니 정’ 정세영 명예회장이 힘겹게 이룬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집중해야겠지만 글쎄요…. 이영표가 말한대로 ‘구악 선출들’은 물러나야 하지만, 박주호를 법적 대응하겠다는 그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기나 할까요? 이미 정치판을 닮아버린 축구(畜狗)가 예술의 스포츠 축구(蹴球)가 될 수 있도록 축협이 자신의 틀을 벗겨내고 뼈를 바꿀 수 있을까요? 그들이 바뀌기를 거부한다면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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