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무렵 / 박재삼
입춘을 지나
우수(雨水) 무렵으로 오면
아직 분명히 나무는 벗은 채
찬바람에 노다지로 몸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나 어딘가 회초리를 맞아도
옛날 서당 훈장의 그것 같아
사랑의 물끼가 실려 있고,
멀리서 보면
아리랑이가 낀 듯하고,
조금은 이지럼증도 섞여 들더니
드디어 울음을 터뜨릴
기운까지 얻고 있는
한마디로
눈부신 경이(驚異)가 묻어 있구나.
- 박재삼,『해와 달의 궤적』(신원문화사,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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