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2061

코스모스 / 오탁번

코스모스  / 오탁번​20년 전가을 어느 외로운 날양평에서 열리는 시낭송회에신달자 시인과 함께 가는 길이었다국도 가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하늘하늘 가을 하늘 아래막무가내로 흔들리는데읍내 다 못 가손에 잡힐 듯 우뚝하니 서 있는석조로 지은 웨딩홀이꼭 중세 유럽의 성 같았다나는 궁리 끝에 속삭였다- 웨딩홀이 참말 멋지다우리 결혼식 올리고 갈까?신달자 시인이 호호호 웃었다-그럴까?​시 낭송 무대에 오른 신달자 시인이박꽃처럼 예쁜 얼굴로(아, 입이 가볍기도 해라!)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저기 저 오탁번 시인이멋진 웨딩홀을 보더니글쎄, 결혼식 하자고 조르는 거예요이 말을 듣자 사람들이코스모스 빛 가을 하늘 아래막무가내로 웃었다​- 오탁번,『시집보내다』(문학수첩, 2014)

이 한 편의 詩 2024.10.18

소녀야, 너는 특별하단다

14살 여중생 예진(가명)이는요즘 들어 부쩍 고민이 많아졌습니다.얼마 전 초경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예진이는가정을 지켜내기 위해 밤늦게까지 일하시는 아버지에게값비싼 생리대를 사달라고 말하는 것이무척 부담스럽습니다.더군다나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민감한 시기에아버지에게 생리에 대해서 말하는 일은여간 부끄럽고 곤란한 일이아닐 수 없습니다.그래서 예진이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빌려서 사용하거나 양호실에서 생리대를받곤 합니다.그것도 눈치가 보이면 아버지가 준얼마 안 되는 용돈을 모아 생리대를 사서아껴서 쓰곤 합니다.그러나 예진이 주위에는 이러한어려움과 고충을 들어줄 어른이 없습니다.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생리대를 구매하는 일은어느새 예진이에게 홀로 감당하기어려운 짐이 되었습니다.처음 느..

東西古今 2024.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