놋그릇 /고영민
놋그릇 /고영민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아버지가 쓰던놋그릇을 어머니로부터 받아왔다앞으론 이 그릇에 밥을 퍼 달라고아내에게 말했다아버지는 늘 아무 말 없이천천히 밥을 드시곤 했다말미엔 밥그릇에 숭늉을 부어 드셨다나도 아버지처럼말없이 밥을 먹었다숭늉을 부어 먹었다가끔은 몸 없는 아버지가 나를 통해밥을 먹는다고 생각했다같은 밥그릇 속에서 부자는 늙어갔다나는 점점 아버지의입매를 닮아갔다비워질수록치렁치렁 숟가락 부딪는소리가 났다―계간 《문학청춘》(2025,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