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의 등불 / 닐 기유메트]
마지막 천사가 창조 되었을 때,
그에게 '미니멜'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모든 천사들 가운데 가장 완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잘 것 없는 존재인 미니멜은 절망하여 죽기로 결심한다.
하느님에게 가서 다시 무(無)로 환원시켜 달라고 부탁하는데......
하느님께서는 곰곰 생각하시다가 대답하셨다.
"사람들 세상에 피에타 상이 수백만 개 존재하고,
나이아가라 폭포가 수백 개,
에베레스트 산이 수백 개 존재한다고 한번 가정해봐라.
그것들은 더 이상 독창적이 아니니 그 절대적인
매력을 잃지 않겠느냐?"
"나의 창조물들을 자세히 보아라.
어떤 눈송이도 똑같이 생긴 것이 없다.
나뭇잎이나 모래알도 두 개가 결코 똑같지 않다.
내가 창조한 모든 것은 하나의 '원본'이다.
따라서 각자 어떤 것과도 대치될 수도 없는 거란다."
"너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너 없이도 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지만,
만일 그랬다면
세계는 내 눈에 영원히 불완전한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너를 미카엘이나 라파엘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네가 너로서 존재하고 나의 고유한 미니멜이기를 원한다.
태초부터 내가 사랑한 것은 남과 다른 너였기 때문이다.
너는 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꿈꿔온 유일한 미니멜이다."
"따라서 어느날 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느냐?
만일 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더할 수 없이 슬플 것이다.
영원히 눈물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소설가 공지영의 '네 인생의 첫걸음' 중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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