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nus' Opinion

대통령 '이명박'

뚜르(Tours) 2008. 6. 13. 11:27

 

이명박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취임 석 달도 안 돼 10명 중 7명 이상이 지지하지 않게 됐으니 이렇게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다.
그 자신이나 나라 전체를 생각할 때 걱정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아직도 모든 게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연일 정부와 국민 간의 소통문제를 언급하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며 대통령 자신부터 바꾸겠

다고 말하고 있지만, 발언의 질감과 양감에서 미흡한 인상을 준다.

미국산 쇠고기 사태나 인사등 문제의 본질은 정부와 국민 사이의 정보단절 현상이 아니다.
맞는 측면도 있지만, 지금의 혼란과 지지율 급락의 원인을 그렇게만 진단하고, 정보전달에 충실하지

않은 공직사회의 안이한 태도를 질타해 봐야 의미가 없다.
막말로 헛다리 짚는 셈이며 남의 다리 긁는 격이다.

 

 

 

문제는 대통령 자신의 태도와 언행에서 기인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부터 바뀌도록 하겠다는 다짐은 옳다.
다만 무엇을 가지고 소통할 것인가, 어떤 방식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는 진지하고 섬세한 성찰이 필요하다.
국민과의 소통을 활발하고 원활히 하기 위해 4시간 자던 것을 3시간으로 더 줄이는 식이라면 안 바뀌는 것만 못하다. 오히려 5~6시간으로 수면시간을 늘리는 게 긍정적인 변화가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많은 부문에서 시장이, 바꿔 말하면 민간이 더 똑똑하며 더 빠르다.
공정거래정책이 사전적 규제에서 사후적 규제로 전환해 가는 것도 그럴 필요가 있기 때문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오히려 강하다.
이 대통령 자신도 “정부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일은 과감하게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무엇은 해야 하고 무엇은 안 해도 되는지를 구별하는 역량이다.

대통령이 부지런하면 밑의 사람들은 더 부지런해져야 하며 그러다 보면 일을 저지른다.
대통령의 부지런함에 부응하고 그를 만족케 하다 보면 우려한 대로 열심히 잘못 살게 된다.
개인도 열심히 잘못 살면 큰일인데 정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지금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덜 움직이고 덜 말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국민의 신뢰와 마음을 사는 것이다. 평생 부지런하게 일하며 살아온 사람에게 불가능한 주문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통령은 좀 놀아야 한다. 야구감독이 타자 대신 나서서 안타를 치려 하면 경기가 될 리 없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잘못 꼬인 일의 매듭은 조각과정에서 시작됐다.
국민의 마음을 알지 못하거나 알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내세운 인선에 국민은 실망하기 시작됐다.
전문가적 능력을 강조했지만 그나마도 의심스러운 채 각종 문제점만 잔뜩 드러났다.
어떤 사람들은 전 정권과 이 정권을 비교하면서
“좌파는 싸가지 없고 무능하고, 우파는 부패하고 가짜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가짜가 많다는 것, 바로 이게 문제다.

이 대통령은 “젊은 세대에게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재미(fun)가 없으면 의미가 떨어지는 것 같다”며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다.
그렇게까지 생각한다면 더욱더 사람을 바꿔야 한다.

지금은 말 그대로 fun과 감성의 시대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재미있고 호감이 가게 하느냐,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는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사람을 고르는 기준, 身言書判(신언서판)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그런데 지금 각료나 정부 고위직 중에 국민의 인기를 사는 인물이 몇이나 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오히려 ‘비호감’이 더 많지 않은가.

말장난 같지만 이 명박에서 저 명박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바뀐 모습으로 신뢰라는 대통령으로서의 사회적 자본을 쌓고,
국민을 향해 설득하고 성심껏 이해를 구해도 풀기 어려운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소통은 소통의 기반이 갖춰져야 가능한 일이다.

                                                          ‘임철순 칼럼’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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