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겸손(謙遜)

뚜르(Tours) 2009. 5. 6. 09:55

다윗왕은 평소에 거미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데나 거미줄을 치는 더러운 동물이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벌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전쟁에서 그는 적군에게 포위되어 빠져 나갈 길을 잃고 말았다.
궁여지책으로 그는 어떤 동굴 속으로 피신했다.
그런데 그 동굴 입구에는 마침 한 마리의 거미가 거미줄을 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를 추격해 온 적군의 병사는 일단 동굴 앞까지 이르렀지만,
입구에 거미줄이 쳐 있는 것을 보고는 동굴 안에 사람이 없으리라 생각하고는 그냥 돌아가고 말았다.


영국교회가 심한 박해를 받고 있을 때의 일이다.
200여명의 성직자들이 적군을 피해 도망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케임브리지에서 온 헤이비 목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뒤에서 추적해 오는 적군을 피해 벽돌공장의 가마솥에 숨어 들었다.
그런데 거미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가마솥의 입구에 부지런히 거미줄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군인들이 몰려왔다.

"반드시 이곳에 숨어있을 거야. 저 가마솥이 아무래도 수상한데."

그때 다른 군인이 말을 했다.

"아니야!
입구에 거미줄이 엉켜있는 것을 보니 저곳에 숨지는 않은 것 같군.
자, 다른곳으로 가 보자구."

헤이비 목사는 거미 한 마리 때문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인간의 생명이 거미 한 마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평생 겸손한 자세로 사람들을 섬겼다.

인간은 지극히 나약한 존재다.
때로는 거미 한 마리에 의해 운명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겸손해야 한다.

                                 <국민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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