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옛것에 따르지 않는다고 모두 잘못이 아닙니다

뚜르(Tours) 2009. 6. 3. 18:43

드디어 상앙을 신임하게 된 효공은 그를 중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라의 정치는 여전히 보수적인 귀족들의 수중에 놓여 있었고, 백성들도 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였다.
상앙은 정력적으로 법을 개혁하여 부국강병책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신하들의 거센 반발을 두려워한 효공은 상앙의 개혁책을 시행하는 데 주저하고 있었다.
이에 상앙이 효공을 설득하였다.

“행동을 주저하면 명성을 얻지 못하고, 일을 추진하면서 머뭇거리면 공을 이룰 수 없습니다.
또 식견이 높은 사람은 세상의 비난을 받기 마련이며,
독창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대부분 백성들이 조롱을 받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일을 분별하는 데 어둡지만,
현명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백성들과는 처음부터 같이 일을 도모할 수 없으며, 오직 일이 이뤄진 연후에 함께 즐길 수 있을 뿐입니다.
높은 덕을 논하는 사람은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큰 공을 이루는 사람도 남과 상의하는 법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은 진실로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일이라면 옛 전통을 따르지 않고,
진실로 백성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옛날의 예법禮法에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효공은 이 말에 찬성하였다.
그러나 감룡甘龍이 반론을 폈다.

“그렇지 않습니다.
관습을 바꾸지 않고 백성을 이끄는 사람이야말로 성인이며,
법을 바꾸지 않고 훌륭한 정치를 행하는 사람이야말로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백성의 관습에 맞추어 가르치면 수고로움 없이도 공을 이룰 수 있고,
법에 따라 다스리면 관리들도 익숙하며 백성들도 안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상앙이 다시 반박하였다.

“감룡의 말은 속된 의견일 뿐입니다.
범인凡人들은 관습에만 의지하며 학자들이란 배운 것에만 집착합니다.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은 관직에 앉아 법을 지킬 수는 있어도 그 이상의 일을 해낼 수는 없습니다.
예禮나 법은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하·은·주의 3대三代는 예를 달리 했으면서도 천하를 지배하였고,
춘추5패도 각기 그 법이 달랐으나 모두 패자가 되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법을 만들고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을 지킬 뿐이며,
현명한 사람은 예를 바꾸지만 못난 사람은 그것에 얽매입니다.”

이번에는 두가지 반론을 제기하였다.

“백배의 이로움이 없으면 법을 바꾸는 것이 아니며,
열 배의 편리함이 없이는 도구를 바꾸지 않습니다.
옛 법을 따르면 과오가 없을 것이며,
예를 따르면 잘못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자 상앙이 다시 설명했다.

“정치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다면 굳이 옛것을 따라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탕왕과 무왕은 옛것을 따르지 않았어도 왕자가 되었으며,
하나라와 은나라는 예를 바꾸지 않았지만 결국 망하고야 말았습니다.
옛것을 따르지 않는다고 모두 잘못이 아닙니다.
또한 예를 잘 지킨다고 해서 무조건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효공은 상앙의 주장에 찬성했다.
결국 상앙을 재상으로 중용하니, 마침내 진나라에 법의 개혁이 이뤄지게 되었다.

 

                                            사마천 지음 <사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