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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계단을 타고 예수님께로(6)
- 제1차 아빌라 영성강좌 & 순례피정을 다녀와서 -
홍 영희 /성체 성혈의 리디아 서울 가르멜산 성모 재속가르멜회
부르고스 가르멜 수녀원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순례 여섯째 날인 8월 18일, 저희는 부르고스 남자 가르멜 수도원과 부르고스
주교좌 성당 그리고 가르멜 수녀원을 순례했습니다. 부르고스 수도원은 순례 동안 내내
통역과 강의, 순례 안내를 맡으신 윤 베네딕도 신부님께서 3년 반을 머무르시며 스페인
어를 배우신 곳이라 그곳 신부님, 수녀님들과 친분도 있으시고 도시 전체를 잘 알고 계
셔서 다른 도시보다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 말씀에 따르
면, 부르고스 관구는 스페인 중부 관구인 카스틸랴 관구와 더불어 현재 전 세계 맨발 가
르멜 수도회 관구 가운데 학문적으로 가장 앞서가는 곳이라 합니다. 1910년대부터 40년
대까지 부르고스 관구 소속으로 활동하신 성녀 데레사의 실베리오(Silverio de Santa
Teresa)란 신부님이 계셨는데, 그분께서는 사모님과 사부님의 생애와 관련된 무수한 문
헌들 가운데 중요한 것들을 엄선해서 역사적 가치를 갖는 작품으로 재구성해서 전집으
로 출판했을 뿐 아니라 그분들이 쓰신 작품들의 원전을 문헌 비판적 학문 방법을 적용해
서 보다 정확하게 현대 교회에 소개함으로써 사모님, 사부님 연구에 있어 일대 혁신을
가져오셨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이어지는 학자들의 사모님, 사부님 연구는 그분이 연구하신 결과를
심화하는 작업이라 합니다. 실베리오 신부님께서 주도해서 시작된 ���가르멜 신비신
학도서전집���은 현재 40여권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주도하셔서 집필된
���맨발 가르멜 수도회의 역사��� 전집도 15권이나 됩니다. 또한 그분께서 부총장
이실 당시인 1940년대에 수도회의 학문적 발전을 꾀하기 위해 로마에 교황청립 신학대
학과 대학원을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하셨다고 합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설립된 대학
이 바로 로마의 「테레시아눔」 대학입니다. 그곳은 전 세계에서 영성신학과 신학적 인간
학 분야로 석, 박사 과정을 밟는 신부님들이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으
며 저희 한국 관구 가르멜 신부님들이 많이 유학을 가신 곳이라 합니다.
* 파초신부➜ *시로 신부. *산초 신부, *페르난도 신부, *토마스 신부: 예수의 성녀 데레사영성 대가)(몬테 가르멜로 출판사 사장)(신비신학 대학원 학장)(부르고스 신학대학 부학장)(십자가의 성 요한 영성 대가)
그분의 뒤를 이어 부르고스 관구에서는 또 다른 대가들이 나오셨는데 많은 학자들 가운 데 대표적인 분으로 두 분을 꼽자면 토마스 알바레즈(Tomas Álvarez) 신부님과 에울로히오 파초 (Eulogio Pacho) 신부님을 들 수 있습니다. 윤 베네딕도 신부님 설명에 따르면, 토마스 알바레즈 신부님께서는 현존하는 맨발 가르멜 수도회 학자들 가운데 성녀 데레사의 연구로 가장 권위 있는 분으로서 금세기 최고의 학자이시며 성녀 데레사와 관련된 수많은 책, 사전, 논문을 쓰셨고 그 연구 업적이 교회로부터 인정이 돼서 현재 바티칸 국제신학 위원회 명예 회원이시며 3년 전에는 스페인 정부에서 주는 국가 차원에서의 학술상도 받으셨다고 합니다. 같은 관구 소속으로 현재 십자가 성 요한의 영성에 있어 최고의 대가로 꼽는 분으로 에울로히오 파초 신부님이 계시다고 합니다. 그분은 평생을 사부님 연구에 바쳐온 분으로 그 연구 성과는 토마스 신부님의 사모 師母님 연구에 필적할만하다 합니다. 그래서 현재 부르고스에 계신 이 두 분이 쓰신 책들을 읽지 않고서는 사부師父님과 사모師母님 공부의 시작도 할 수 없을 만큼 그분들의 연구 성과는 수도회 역사상 전무후무하다고 합니다. 현재 토마스 신부님은 86세이시고 파초 신부님은 85세이시지만 아직까지 정정하시고 계속 연구 작업을 하시면서 요즘에도 연구 작업을 책으로 출판하고 계신다 합니다. 이밖에도 수도회 내의 적지 않은 학자들과 인물들이 부르고스 관구 출신이라 합니다. 예를 들면, 1979년부터 1991년까지 두 회기에 걸쳐 수도회의 총장을 역임하신 펠리페 사인츠 데 바란다(Felipe Sainz de Baranda) 신부님, 현재 로마의 테레시아눔 대학 학장이신 아니아노(Aniano Alvarez) 신부님, 현재 아빌라의 신비신학 대학원 학장이신 하비에르 산초(Javier Sancho) 신부님, 근 40년 이상을 총본부에서 시성시복 담당관으로 일하면서 많은 가르멜 수도자를 시성하는데 큰일을 하신 시메온(Simeon) 신부님 등이 모두 부르고스 관구 출신 인재들이라 합니다. 그밖에 부르고스 수도원 내에는 「몬테 가르멜로」(Monte Carmelo)라고 하는 역사가 100년이 넘은 출판사가 있어서 많은 학자 신부님들의 주옥같은 수도회 관련 연구서들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 출판사 사장 신부님의 안내로 수도원과 도서관 그리고 출판사를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는 행운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부師父님의 작품들은 사부師父님께서 말년에 모함을 받으시던 상황에 그분을 보호하고자 했던 가르멜 수녀님들이 그분의 원전 작품들을 모두 태워버리는 바람에 오늘날에는 편지 몇 통만 전해져 오며 그 이외의 작품들은 모두 제자 수사들이 직접 베낀 복사본들이라 합니다. 그 중에 ���가르멜의 산길��� 필사본 중 가중 중요한 판본이 2개 있는데 하나는 알바 데 또르메스(Alba de Tormes)의 가르멜 수도원에 있다 해서 「알바 사본」이라 하고 또 다른 하나가 바로 부르고스 수도원 고문서고에 보관되어 있답니다. 그 사본은 사부님의 제자인 세례자 요한 신부님이 직접 필사한 것인데 오랜 세월 동안 스페인 남동부의 작은 마을인 ‘알까우데떼’(Alcaudete)라고 하는 곳의 가르멜 수도원에 보관되어 있었다 하여 「알까우데떼 사본」이라고 불린답니다. 한국어로 소개된 ���가르멜의 산길���은 파초 신부님께서 이 두 사본을 종합해서 만든 스페인어 원전을 번역한 것입니다. 말로만 듣던 그런 보물들을 이번 여행에서 접하고 사부님과 사모님의 정 신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계신 학자 신부님들이 사시는 곳을 방문하면서 저희는 그런 좋은 시간 을 주신 하느님께 많은 감사를 드렸습니다.
수도원 방문 후 저희는 주교좌 성당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가르멜 수녀원으로 갔습니다. 부르고스 가르멜 수녀원은 성녀께서 생전에 창립하신 17개의 수녀원 가운데 마지막으로 창립된 수녀원입니다. 그곳은 1582년 성녀께서 돌아가시던 해 봄에 창립됐는데, 원래 성녀는 1581년 겨울 스페인 남부의 그라나다에 수녀원을 창립할 준비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르고스의 대주교님께서 가르멜 수녀원 창립 허락을 주셨다며 급히 창립 요청이 오는 바람에 그라나다 수녀원 창립은 당시 그라나다 수도원의 원장으로 계셨던 사부師父님의 책임 하에 베아스 가르멜 원장이시던 예수의 안나 수녀님과 몇 분의 수녀님들께서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17개의 창립 수녀원 가운데 그라나다 수녀원은 유일하게 성녀가 직접 가서 창립하지 못 한 곳이 됐습니다. 그러나 사부님과 또 사모님의 애제자인 예수의 안나 수녀님께서 사모님의 원의에 따라 직접 창립하셨으니 그 또한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창립사���에 따르면 성녀가 수녀원 창립을 위해 하신 많은 여행 가운데 부르고스 창립을 위해 떠나신 여행에서 가장 많은 고생을 하셨다고 합니다. 부르고스에는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아를란손강이 있는데, 성녀께서 여행하실 당시 엄청나게 비가 퍼부었고 강이 범람해서 성녀가 타고 있던 마차가 강을 건너던 도중 급류 에 떠내려갈 뻔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녀는 마차에서 뛰어내려 간신히 몸을 피한 다음 이렇게 중얼거리셨다고 합니다.
“주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런 일을 당하게 하시다니요”. 그랬더니 주님께서는 “데레사, 나는 이런 식으로 친구를 대한단다.”라고 대답하셨다 합니다. 그래서 성녀는 이런 명언을 남기셨다죠: “아, 주님, 그러니까 주님은 친구가 그렇게 적으시죠!”. 부르고스 수녀원에얽힌 역사를 듣고 난 후 저희는 윤 베네딕도 신부님, 부르고스에서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계시던 강 마리 요한 신부님, 역시 살라망카에서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계시던 박 프란치스코 신부님의 공동 집전으로 부르고스 가르멜 수녀님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기쁨을 가졌습니다. 부르고스 수녀원에는 현재 다섯 분의 한국 수녀님이 계셔서 저희는 그분들의 정성스런 안내로 성녀께서 남기신 유물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 맨발가르멜 수도회의 르네상스를 꽃피운 부르고스, 저희는 그곳을 뒤로하고 다시 그분의 고향인 아빌라로 향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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