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공평한 세상

뚜르(Tours) 2009. 10. 29. 20:23

天無私覆, 地無私載, 日月無私照.
천무사복, 지무사재, 일월무사조

하늘은 사사로이 덮어줌이 없고, 땅은 사사로이 실어줌이 없으며,
해와 달은 사사로이 비쳐줌이 없다.

   《예기(禮記)》〈공자한거(孔子閑居)〉편에 나오는 말이다.
이 세상 어떤 사람 아니 어떤 동물 어떤 초목의 머리 위에도 하늘은 있다.
하늘은 사사로운 감정으로 누구는 예쁘다고 덮어 주고
누구는 밉다고 덮어주지 않는 게 아니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다 고르게 덮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땅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혜택을 주며 모든 것을 다 싣고 있는 게 땅이다.

해와 달의 비침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사로운 감정을 가지고 편파적으로 비쳐주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빛을 비춘다.

이처럼 자연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혜택을 주고 있다.
자연 앞에서 만물은 평등한 것이다.
그런데, 이 평등한 자연 앞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은 바로 사람이다.
만물이 함께 사용해야 할 하늘을 온통 매연으로 가득 차게 한 것도 사람이고,
온 지구가 다 제 땅인 양, 저만 살면 된다는 듯이
오만하게 땅에다 독을 뿌리고 오물을 버려서 땅의 생명 자체를 빼앗은 것도 사람이다.

자연 앞에서 오만했던 마음을 버리고 하루 빨리 깊이 반성해야 한다.
반성하지 않으면 자연은 더 이상 혜택을 주지 않을 것이다.
자연 앞에서 평등하다는 그 점만으로도 우리 인간은 자부심을 느끼면서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살다보면 권력과 부귀, 영화 등 인위적으로 조성된 불평등한 관계를 그다지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다.

私:사사로울 사  覆:덮을 복   照:비칠 조

 

          金炳基 / 전북대 중어중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