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 추락, 최고위급 96명 참변… "모든걸 잃었다"
11일 말 없는 주검으로 바르샤바 공항에 돌아온 레흐 카친스키(Kaczynski) 대통령을 맞이한 폴란드 국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카틴숲 학살사건'(1940년 소련에 의해 폴란드 지도층인사 2만여명이 희생당함) 70주년을 맞아 추모 행사를 갖겠다며 러시아 스몰렌스크로 떠난 지 30여시간 만의 '비극적 귀향'이었다.
이날 오후 3시(이하 현지시각), 환희와 독립을 각각 상징하는 흰색과 빨간색의 폴란드 국기에 덮인 카친스키 대통령의 유해가 군수송기에서 내려오자 바르샤바 공항에 나온 보르니슬라프 코모로프스키(Komorowski) 대통령 권한대행과 카친스키 대통령의 쌍둥이 형인 야로슬라프 등 300여명의 눈시울이 일순 붉게 물들었다.
- ▲ 11일 모스크바의 한 가톨릭 성당에서 폴란드 비행기 추 락 사고 희생자들의 추모 미사가 열렸다. 사망한 레흐 카 친스키 대통령 부부가 생전에 함께 웃고 있는 사진 앞에 촛불과 장미꽃들이 놓여 있다. / AP연합뉴스
폴란드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폴란드는 죽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는 이겨내리." 11일 바르샤바 시내 대통령궁 주변 도로 바닥은 시민들이 놓아 둔 양초와 흰 장미 묶음으로 이미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거리 곳곳은 즉석 분향소가 됐다. 국기를 든 몇몇 젊은이들이 소리 높여 폴란드 국가의 첫 소절을 울먹이자 주위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는 순식간에 대규모 합창으로 바뀌었다. 대통령 부부의 얼굴이 1면에 찍힌 호외(號外)가 나돌았다.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폴란드 정부대표단 88명과 승무원 8명 등 모두 96명이 탄 전용기 Tu(투폴레프)-154기는 지난 10일 오전 10시 56분쯤 러시아 모스크바 서쪽 350㎞에 위치한 스몰렌스크 군용공항 활주로 부근에서 추락,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폴란드는 나라 전체가 장례식장으로 변했다. 러시아 당국은 사고 비행기의 조종사가 관제탑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짙은 안개 속에서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폴란드 국민들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한 러시아의 대응도 신속했다. 블라디미르 푸틴(Putin) 러시아 총리는 사고현장인 스몰렌스크로 내려가 구조작업을 지휘,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모든 시신을 수습했고 카친스키 대통령의 시신부터 11일 오후 바르샤바로 보냈다.
'역사 - 그 뒤안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때 그 장면] 뼈만 남은 소녀와 미군 군의관 (0) | 2010.04.23 |
---|---|
대통령의 눈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0) | 2010.04.19 |
천안함 실종자가족 대표자협의회 공동대표 김태원씨 (0) | 2010.04.12 |
그들의 시신을 내 손으로 묻었다 (0) | 2010.04.07 |
충무공이순신함, 소말리아 해적 부근까지 접근 (0) | 2010.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