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그 뒤안길

뉴타운, '서울 투표지도' 바꿨다

뚜르(Tours) 2010. 6. 7. 13:31

野 텃밭이던 북동 8개구, 한나라·민주 격차 줄어…
은평·마포 등 서북부는 反MB 바람에 野 우세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막판 '강남 몰표'에 힘입어 역전한

것과 관련, 야권에선 오 시장을 '강남 시장'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실제 오 후보는 강남·서초·

송파·강동 등 강남 4개 구에서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 비해 13만8027표를 더 얻었고 이는 오

후보가 서울시 전체에서 이긴 표차 2만6412표의 5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역대 서울시의 투

표 성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오 후보가 강남에서 더 표를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역대

선거에서 늘 있어 왔던 현상이고 오 시장의 승인은 오히려 강북에서 한 후보와의 격차를 크게

줄인 데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1980~90년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야당 지도자 시절 절대

강세를 누렸던 강북, 그것도 북동부 쪽에서 오 후보가 선전한 것이 진짜 오 후보의 승인이라

는 것이다.

최근 10여년 사이에 서울 유권자들의 성향은 지역별로 '재구성'됐으며 이는 아파트 개발 등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6·2 지방선거 결과를 10년 전인 2000년 16대

총선의 서울시 구별 득표율 자료와 비교해보면 한나라당의 득표율이 강남 4개 구에서 평균

51.8%에서 54.7%로 2.9%포인트 상승하는 동안 북동지역 8개 구에선 평균 38.8%에서

46.2%로 7.4%포인트 올라 상승 폭이 더 컸다. 이는 서울에서 강북지역의 압도적 우세를 기

반으로 지난 1992년 13대 대선부터 2002년 16대 대선까지 김대중 후보 또는 노무현 후보

등 민주당 전신 후보들이 큰 승리를 거뒀던 것과는 달라진 현상이다. 예를 들어 도봉·노원·

강북 등 동북부 7개 지역구는 1996년 15대 총선부터 2004년 17대까지 한나라당 출신이 단

 한 명만 당선된 전형적인 야당 지역이었지만 지난 2008년 총선에선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

두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득표율 자료를 분석해보면 오 시장은 성동·성북·광진·동대문·중랑·도봉·

노원·강북 등 북동 8개 구에선 2만6149표 뒤졌다. 이 지역은 유권자 수가 현재보다 훨씬 적

었던 2000년 총선 때 민주당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이 한나라당에 10만 7423표 이겼던 지역

이며, 1992년 총선 때는 민주당이 한나라당 전신인 민자당에 6만7838표 이겼었다.

이처럼 서울 '투표 지도'가 바뀐 것은 강북을 중심으로 한 뉴타운 등 아파트 개발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반면 은평·마포 등 서북부 지역은 2000년 총선

때는 한나라당이 근소하나마 우세를 지켰었는데 이번 선거에선 오 후보가 한 후보에 뒤졌다.

그 이유는 명확치 않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이 지역 관련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반

(反)MB 바람이 더 강하게 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정치컨설턴트인 화성커뮤니케이션

박주필 대표는 "서울을 중심으로 지난 대선부터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이익투표' 경향이

강해지고 있지만, 이들도 정부 정책으로 인해 자신들의 삶에 부담이 늘어난다고 느껴지면 지

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