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우니까 당신이 보입니다/권태원 프란치스코 -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혼자서 사는 것보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아름다운 희망인 줄을 그때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당신을 만나는 순간
푸른 바다의 고래처럼 사랑하고 싶다고 입술에 새기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아니시면 차마 나의 첫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당신이 나를 찾은 후 내 마음에 피어나는 사랑의 꽃,
푸른 희망을 그때 비로소 나는 알았습니다.
당신의 어깨에 기대고 싶을 때 가난한 당신의 말씀을 고요히 읽고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나의 상처와 고통을 이야기하고 싶을 때는
당신에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눈길에 발자국을 내면서라도 당신과 나는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혼자 기도하는 것입니다.
어느 날 당신이 나를 사로잡은 후부터 더 이상 다른 사랑은 할 수가 없습니다.
살아가다가 한 번이라도 마음 놓고 울어보고 싶을 때는
새벽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수도원의 늙어가는 느티나무처럼 당신에게 가면 할 말이 없어도 좋습니다.
우리들이 사는 세상은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답습니까.
꽃이 져도 나는 당신을 한시라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눈물도 꽃의 기도입니다.
어쩌면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외로운 길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인생의 사막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더 외롭고 더 쓸쓸한 길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깊은 외로움을 나는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나의 깊은 서러움도 당신은 얼마든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외로운 안개, 여름비가 시나브로 내리는 새벽
바다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파도처럼 성큼 다가서는 당신의 얼굴. 또다시 바람이 불고 어느새 고요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당신의 시가 되고 싶었습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라고
안개 자욱한 유리창에 몽당 연필로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새까맣게 타버린 촛불의 입술에 나의 사랑을 찍어버리고 싶었습니다.
뜨거운 슬픔, 부드러운 기쁨.
당신은 나의 전부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입니다.
당신과 함께 하는 그 날까지 참으로 행복하였습니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당신을 기다리는데
웬일인지 나도 모르게 자꾸만 눈물만 쏟아집니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하고 가장 외로우신 당신이여.
이 세상 사람들 모두 다 떠나가도 당신은 끝끝내 내 곁에 있습니다.
당신이여, 너무나 고단하고 먼 길 입니다.
이 목숨 다 하여 당신과 함께 걸어 가겠습니다.
우리 서로 가슴을 맞대고 인생의 새벽 바다를 바라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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