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하는 시간은/권태원 프란치스코 -
내가 기도하는 시간은
하루 종일 나를 위해 하염없이 빛나던 삶이 되고 있습니다.
영원히 사랑했고 영원히 사랑할 삶입니다.
인생의 사막에서 지금까지 빛나던 것은 없습니다.
내가 떠나던 삶.
그토록 크게 나를 가두었던 삶이 거울처럼 눈 앞에 보이고 있습니다.
한 번도 사랑할 수 없었던 삶이 아니라고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당신에게 기도하면서 참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았습니다.
나는 당신이 계시는 곳을 향해 먼 데로 한없이 달려가고 있습니다.
내가 기도하는 삶. 당신을 위해 기도한 삶은 하나로 일치되고 있습니다.
친구야, 온 몸으로 사랑하다가 온 몸 잿덩이로 타올라 보아라.
쓸쓸하게 그러나 높게. 외롭게 그러나 더 넓게.
내 생의 한가운데서 활활 타오르자.
뜨거운 사람아.
언젠가는 인생의 새벽길을 만들어 우리가 함께 걸어가자꾸나.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기도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내 삶의 모든 것을 걸어놓고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당신 안에서 한 편의 시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날마다 새롭게 착하게 살겠습니다.
풀잎처럼 내 안에서 흔들리는 부질없는 욕심과 미움들.
가장 겸허하게, 보이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오늘만은 당신에게 나의 뜨거운 사랑을 바치고 싶습니다.
내일은 없습니다. 오직 나에게는 오늘 하루 뿐입니다.
내 안에 계시는 당신을 내가 모시고 싶습니다.
해와 달, 별과 바다까지의 거리는 참으로 아득하기만 합니다.
내 가슴에 새겨진 당신의 얼굴.
나 아닌 나는 당신 안에서 끝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비가 그치면 사랑한다, 사랑한다 라고 얼음 종이 위에 쓰고 싶습니다.
한 그루 나무의 그늘에게, 인생의 폭포 앞에서 당신에게 기도하고 싶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에게,
세상은 아름답다, 아름답다 라고 풀잎 위의 이슬에게 쓰고 싶습니다.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랑.
눈물이 없는 사랑.
나뭇잎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
가슴에 나뭇잎이 없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묵상합니다.
먹구름이 몰리고 장대비가 그치면 사랑한다, 사랑하고 있다 라고
당신 가슴에 도장처럼 새기리라.
손가락을 깨물어 시를 써서 바람종(풍경)에 매어달고 있습니다.
바람은 내 삶의 길이었던가.
숨 죽여 촛불을 켜고 처마에 매달린 풍경을 나를 버린 길들이 보고 있습니다.
동백꽃에게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며칠 후 까치가 울고 나면 물어 보리라.
당신이 별이었을 때, 내가 달이었을 때.
어느 날 당신이 나를 찾으면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고 싶습니다.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꽃의 눈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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