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네가 뱀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자네를 매우 이상한 친구라고 생각하네."
"왜 그런가?"
"자넨 발이 없으면서도 잘 나아가니 말일세."
"나야 꿈틀꿈틀하면서 비늘을 이용하여 앞으로 나아가면 되지만, 이상한 것은 오히려 자넬세."
"내가 어째서?"
"자넨 그 많은 발을 어떻게 헷갈리지 않고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는가?"
지네는 그때까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수십 개나 되는 발을 어떤 순서에 따라 내닫는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뱀과 헤어진 다음, 지네는 자기의 발걸음에 유념하여 궁금증을 풀려하였습니다.
"자, 이발을 먼저 움직이고 나서……."
그러나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지네는,
"이 발을 움직여 나갈 때 이 발은 이렇게 나가고……."
하며 천천히 걸어보았지만 그의 발걸음은 평상시처럼 걸어지지 않았습니다.
지네는 마침내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염려가 지나치면 염려하지 않음보다 못합니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식료품점의 시식코너에, 어느 날은 6종류의 햄을 늘어놓고, 어느 날은 24종류를 늘어놓았습니다.
그 결과, 주목도가 높은 것은 24종류일 때였으나, 사는 사람의 비율이 높았던 것은 6종류일 때였습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일종의 심리적 중압감 때문에 상품을 고르기 힘들어지는 결정 마비에 빠지는 것입니다.
석가모니의 제자중에 소나라는 비구승이 있었습니다.
그는 매우 엄격한 수도자세를 견지하며 득도의 길에 매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수도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더욱 불같이 일어나는 온갖 잡념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서서히 수도 생활에 회의를 품게 되었고 요원한 득도의 길을 체념하고 싶은 마음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석가가 그를 찾아와 수도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숨김없이 석가에게 고백했습니다.
그러자 석가가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대는 원래 현악기를 잘 다룬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소나가 '그렇습니다'고 하자 석가는 다시 그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연주를 할 때 악기의 줄이 느슨하면 좋은 소리가 나느냐?"
소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줄을 팽팽하게 조이면 좋은 소리가 나느냐?"
"그 역시 좋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수도의 자세도 이와 다를 바 없는 것이리라.
너무 느슨하면 게을러지기 십상이고, 또 지나치게 엄격하면 도리어 마음이 산란해져 집중하기 어렵게 되느니라."
소나는 크게 깨달은 바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석가의 가르침대로 중용의 길을 찾아 수도에 정진하니 마침내 득도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일본 전국시대 노부나가信長는 오케하자마 전투에서 요시모토義元를 격파하고 그가 쓰던 칼을 전리품으로 얻게 되었습니다.
천하에 이름난 호도豪刀였던 요시모토의 칼을 감회 깊게 살펴보던 노부나가는 부관을 불러 이칼을 4치 5푼 끊어내고 다시 갈아오라고 명령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놀란 것은 당연합니다.
요시모토가 쓰던 칼을 잘라서 써야 한다는 것은, 노부나가의 체력이 요시모토보다 못하다는 논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 노부나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합니다.
"이 둔도鈍刀를 명도銘刀)로 바꾼다는 말이다.
4치5푼을 아끼다가 칼에 못 이겨 패하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호도豪刀라는 것은 칼로서의 목표를 잘 수행하여야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 목표는 칼을 휘두르는 주인의 목숨을 지켜주는 것이다.
칼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주인의 체력을 소모시켜 주인이 지쳐서 지면 그것은 호도가 아니다."
노부나가는 이러한 혜안蕙眼 덕분에 천하를 통일하는 계기를 잡았습니다.
공자는 논어 선진편先進篇에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표현으로,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 즉 모두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채근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지위가 너무 높지 말 것이니 너무 높으면 위태로워지기 쉬우며,
능한 일에 힘을 다 쓰지 말지니 다 쓰고 나면 쇠퇴하게 되며,
처세는 너무 고상하지 말 것이니 너무 고상하면 비방과 모함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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