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의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친 다는 말로, 우리 속담俗談에 ‘눈 가리고 아웅 한다’ 라는 뜻과 통한다.
《여씨춘추. 자지편(呂氏春秋.自知篇》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남의 집 큰 구리종 을 훔치려고 했지만 종이 너무 커서 지고 갈 수가 없었다.
쇠망치로 부수어 구리 조각을 만든 다음 훔쳐가려고 했다.
그러나 종을 부수는 과정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묘안을 생각해 냈다.
바로 자신의 귀를 단단히 틀어막으면 될 것 같았다.
그는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도 듣지 못할 줄 알았던 것이다.
이 우화寓話 한 토막은 인간이 살아가는 내면세계內面世界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 하였다.
성선설性善說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이 인간은 원래 처음 조그마한 범죄 하나를 저지를 때는 경향이 없기 마련이다.
그러나 범죄를 세 번 이상 저지르면 그 다음 부터는 범죄행위가 합리화 된다고 한다.
범죄란 것은 도둑처럼 꼭 남의 재물만을 훔쳐서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남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놓고 어겼다면 상대방의 계획된 시간과 그에 대한 정신적 피해를 주는 것도 엄밀히 생각해 보면 남에게 도둑질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계절풍처럼 지나가는 선거철이 되면 많은 선량들이 지키지 못할 공약空約을 남발한다.
이들은 국민들의 마음과 표를 얻기 위하여 당선된 뒤에도 귀를 막고 있다.
엄이도령掩耳盜鈴과 무엇이 다를까.
엄이도령掩耳盜鈴은 방울(령:鈴)을 도적질하는 것인데, 이야기 내용은 종鍾을 도적질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방울이 아니고 종을 도둑질 하는 것이라면 ‘엄이도종掩耳盜鐘’이 되어야 마땅한데, 훗날 무슨 사연 때문에 ‘엄이도령’이 되었는지는 알 수는 없다.
《자치통감 수기(自治統監. 隋記)》에 따르면 당나라 개국 황제인 이연(李淵:당고조唐高祖)은 수隋나라 양제煬帝가 남방을 순시하는 틈을 타서 군사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지만, 여건이 무르익지 않아 황제皇帝라 칭하지 못하고 수양제隋煬帝의 손자 유侑를 공제恭帝로 옹립하여 왕위에 앉혀 잠시 눈가림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이연李淵 자신도 이것이 약은 수작인 줄은 알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이연은 이 역시 "귀를 막고 방울을 도둑질 하는 것(掩耳盜鈴)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라고 말 했다.
그러다가 이듬해에야 이연은 당고조唐高祖로 재위에 올라 국호를 당唐이라고 하였다.
인간의 욕심이 지나치면 생각 하는 것 모두가 자기 본위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성직자聖職者라고 불리는 종교인宗敎人들 중에도, 인류구제의 본분인 종교의 본래 가르침을 떠나서 종교의 정치세력화에 동참하여 정치인으로서 정당의 복음을 펴기에 열을 올리는 분들도 있다.
참다운 종교인들에 비하면 이들도 엄이도령掩耳盜鈴으로 신의 뜻을 호도糊塗하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우성영 박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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