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예순 살 '몸짱'

뚜르(Tours) 2012. 12. 1. 22:32

 

 

 

 

 

 

 

 

 

 

 

 

 

 

 

일흔을 넘긴 가수 패티김이 60대 중반이었을 때다.
둘째 딸 카밀라와 남산 이탈리아식당에 마주 앉았다.
역시 가수인 딸이 물었다.
"엄마는 매일 세 시간씩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게 그렇게 좋아?"
패티김은 노래뿐 아니라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와 나이를 잊은 S자 몸매가 매혹적이다.
딸에게 ’타이거 제너럴(호랑이 장군)’로 불리는 엄마가 답했다.
"넌 몰라 이것아. 죽기보다 귀찮았지만 (헬스클럽에) 매일 나갔어."
그날 당당했던 패티김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일본 산악인 미우라 유이치로는 2003년 일흔에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아 최고령 기록을 세웠다.
스키 선수인 그의 아버지는 아흔아홉에 몽블랑 스키선수권대회에 출전했고, 백 살에 가족 4대를 이끌고 미국 스노보드대회에 나갔다.
내년에 팔순을 맞는 아들은 다시 에베레스트에 오른다. 유이치로 가족의 도전은 끝을 모른다.


▶우리 나이로 예순인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원곤 교수가 자신의 반라(半裸) 사진집을 냈다.
여섯 조각 뱃구레 근육 ’식스 팩’과 구릿빛으로 올통볼통한 ’말 근육’ 상반신이 눈길을 잡는다.
병원 사람들이 보고 탄성을 질렀다고 한다.
그는 죽기 전에 꼭 하겠다고 다짐한 ’버킷 리스트’를 만든 뒤 5년 만에 실천해냈다.
예순 되기 전 ’근육질 누드 찍기’와 ’네 개 외국어 시험에 붙기’였다.
지금껏 주(週) 여섯 차례 단련과 공부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김 교수는 지난해 프랑스어·스페인어·중국어·일어 고급 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이 나이엔 꾸준함이 머리를 이긴다"고 했다.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는 예순넷에 연구를 그만둔 뒤 독일어를 공부했고 수도설비 설계사로 여든까지 일했다.
지난 런던올림픽 최고령 참가자는 일흔한 살 승마 선수였다.
여든다섯 원로 방송인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사회자 마이크를 여전히 잡고 있다.
건강과 입담을 꾸준히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오늘 아침 대입 수능시험장에는 일흔아홉 류옥이, 일흔일곱 김선희 할머니도 앉아 있을 것이다.
버킷 리스트를 실천하는 투지들이 놀랍다.
이젠 ’노익장(老益壯)’이라는 말이 쑥스럽다.
인생 여정(旅程) 곳곳에 삶의 ’중간 마감표’를 만들어놓고 어김없이 숙제를 해치우고 있는 초등학생 같은 사람들이다.
나이 여든에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 프랑스 할머니에게 손자가 물었다.
"지금 배워 어디 쓰시게요?"
할머니가 말했다.
"으응. 내년에 시작하면 조금 늦을 것 같아. 안 그러냐?"




김광일 / 조선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