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어느 날 시인 김지하 선생이 해운대 동백섬과 부산을 풍수형국으로 어떻게 보는지를 물었다.
이렇게 특정한 장소를 지목할 경우에는 직접 현장을 밟아야 한다.
동백섬을 다녀와 김 시인에게 우편으로 답사기를 보내드렸다.
"그곳은 영구망해(靈龜望海)입니다.
신령스러운 거북이 멀리 바다를 바라본다는 뜻이지요.
동백섬 자체가 거북이 머리처럼 생긴데다 그 표면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 바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바다를 향해 머리를 내밀고 있기에 그렇게 이름 지은 것입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12년 여름.
폭우가 며칠 이어지던 어느 날에 김 시인이 산촌에 있는 필자에게 전화로 물었다.
"본래 내 고향은 목포야.
어린 시절 원주로 이사를 갔지.
목포 앞바다에 압해도라는 섬이 있어.
압해도를 염두에 둔 목포 형국을 풍수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의견을 말해주오."
해운대 동백섬과 달리 목포 압해도는 대중교통으로 답사하기가 어렵다.
산촌에서 텃밭을 가꿀 때 사용하는 낡은 트럭을 몰고 압해도로 들어갔다.
김 시인에게 우편으로 답사 내용을 보내드렸다.
"그곳은 비룡상천(飛龍上天)이자 회룡고조(回龍顧祖)입니다.
용이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뜻이자 곤륜산을 출발한 지맥이 목포에 도달하여 다시 곤륜산으로 웅비(雄飛)한다는 뜻입니다.
목포 인근과 압해도의 마을 지명에 ’용(龍)’자가 들어간 곳이 많습니다.
용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뜻입니다.
압해도는 용의 머리, 목포시는 용의 몸통, 특히 유달산은 용의 등 쪽에 솟은 비늘, 전남도청사 일대는 용의 꼬리에 해당됩니다.
목포 인근에 무안국제공항이 있는 것도 비룡상천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며칠 후 김 시인이 다시 전화로 목포를 비룡상천이라 말하면 되었지 왜 또 회룡고조를 덧붙였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풍수논리에 좌향론이란 것이 있습니다.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쪽이 좌(坐)이고, 마주 보는 쪽을 향(向)이라고 합니다.
좌(坐)는 과거를, 향(向)은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회룡고조가 지향하는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김 시인은 "그렇다면 해운대의 영구망해와 목포의 회룡고조는 그 지향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거듭 묻기에 "모두 바다를 근거로 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바다로 나아가는 것과 곤륜산으로 돌아가는 것에서 차이가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답변을 듣던 김 시인이 결론 삼아 총평했다.
"영구망해는 ’미국이 지배하는 태평양을 넘겨본다’는 것이고…
회룡고조에서 말하는 조(祖)란 전설의 땅 곤륜산을 말하겠지.
아득히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이 출발한 땅일 수도 있겠고.
그 조상의 땅으로 되돌아가는 거야.
중국과 러시아의 땅으로.
’창조적 복귀’이자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서.
세계 경제의 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하면서 그 허브가 장차 우리나라가 된다는 뜻이야."
이런 대화가 있은 지 1년이 흘렀다.
이달 4월 11일 부산상공회의소와 목포상공회의소 공동 주최·주관으로
"태평양을 열어 장보고의 길"이란 대토론회를 개최한다는 초청장이 왔다.
여기에 김 시인이 어떻게 관여를 했는지 알 수 없으나 분명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동한 것 같다.
동아시아 최강국 고구려 이후 동아시아 해상강국을 꿈꾸었던 ’장보고’를 두 해양 도시가 주제로 삼은 것이다.
’영구망해와 회룡고조’는 장보고의 정신으로 바다를 장악해야 우리 민족이 미국·중국·러시아와 어깨를 겨루는 강국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이다.
"언제나 진정한 세계 강국은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였다"고 말한 독일의 지리학자 라첼(F Ratzel)의 명언은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말이다.
김두규 /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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