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연중 제16주일; 농민 주일)
한국 교회는 주교회의 1995년 추계 정기 총회의 결정에 따라 해마다 7월 셋째
주일을 농민 주일로 지내고 있다. 이날 교회는 농민들의 노력과 수고를 기억하
면서 도시와 농촌이 한마음으로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맞갖게 살도록 이끈다.
각 교구에서는 농민 주일에 여러 가지 행사를 마련하여 농업과 농민의 소중함
과 창조 질서 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말씀의 초대
주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나그네 세 사람의 모습으로 찾아가신다. 아브라함은 나
그네들을 보자 마치 그들의 하인인 양 정성껏 대접한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
함 부부에게서 아들이 태어날 것이라고 약속하신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자신을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교회의 일꾼이라고 전한다. 이는 하느님
께서 그리스도를 특히 다른 민족들 가운데에서도 선포되게 하시어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사람으로 굳건히 서 있게 하시려는 것이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의 집을 방문하신다. 마르타는, 예수님에
대한 시중은 뒷전인 채 예수님의 발치에서 그분의 말씀만 듣는 동생 마리아를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예수님께서는 마리아가 오히려 좋은 몫을 선택했다고 하
신다(복음).
제1독서
그 무렵 주님께서는 마므레의 참나무들 곁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셨다. 아브
라함은 한창 더운 대낮에 천막 어귀에 앉아 있었다. 그가 눈을 들어 보니 자기
앞에 세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그들을 보자 천막 어귀에서 달려 나가 그들을
맞으면서 땅에 엎드려 말하였다.
"나리, 제가 나리 눈에 든다면, 부디 이 종을 그냥 지나치지 마십시오. 물을
조금 가져오게 하시어 발을 씻으시고, 이 나무 아래에서 쉬십시오.
제가 빵도 조금 가져오겠습니다. 이렇게 이 종의 곁을 지나게 되셨으니, 원기
를 돋우신 다음에 길을 떠나십시오." 그들이 "말씀하신 대로 그렇게 해 주십시
오." 하고 대답하였다.
아브라함은 급히 천막으로 들어가 사라에게 말하였다. "빨리 고운 밀가루 세
스아를 가져다 반죽하여 빵을 구우시오." 그러고서 아브라함이 소 떼가 있는 데
로 달려가 살이 부드럽고 좋은 송아지 한 마리를 끌어다가 하인에게 주니. 그가
그것을 서둘러 잡아 요리하였다. 아브라함은 엉긴 젖과 우유와 요리한 송아지
고기를 가져다 그들 앞에 차려 놓았다. 그들이 먹는 동안 그는 나무 아래에 서
서 그들을 시중들었다.
그들이 아브라함에게 "댁의 부인 사라는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그
가 "천막에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내년
이때에 내가 반드시 너에게 돌아올 터인데, 그때에는 너의 아내 사라에게 아들
이 있을 것이다."(창세 18,1-10ㄴ)
제2독서
형제 여러분, 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 그리스도
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가 이렇게 그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내 육신으
로 채우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당신 말씀을 선포하는 일을
완수하라고 나에게 주신 직무에 따라, 나는 교회의 일꾼이 되었습니다.
그 말씀은 과거의 모든 시대와 세대에 감추어져 있던 신비입니다. 그런데 그
신비가 이제는 하느님의 성도들에게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다른
민족들 가운데에 나타난 이 신비가 얼마나 풍성하고 영광스러운지 성도들에게
알려 주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그 신비는 여러분 가운데에 계신 그리스도이
시고, 그리스도는 영광의 희망이십니다.
우리는 이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
전한 사람으로 굳건히 서 있게 하려고, 우리는 지혜를 다하여 모든 사람을 타이
르고 모든 사람을 가르칩니다.(콜로 1,24-28)
복음
그때에 예수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셨다. 그러자 마르타라는 여자가 예수님
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마르타에게는 마리아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
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마르타는 갖가지
시중 드는 일로 분주하였다. 그래서 예수님께 다가가, "주님, 제 동생이 저 혼
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주님께서 마르타에게 대답하셨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
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38-42)
오늘의 묵상
한 청년이 매일같이 빵집을 들러 식빵을 사 갔습니다. 얼굴이 창백한 그는 늘 식
빵만 찾았습니다. 빵집 여주인은 영양가가 부족한 빵만 사 먹는 그 청년을 볼 때
마다 측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청년도 모르게 빵에 버터를 듬
뿍 발라서 그에게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청년은 빵집에 찾아와 불같이
화내다가 마침내는 좌절한 표정으로 맥없이 주저앉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는 도시 계획의 설계 공모에 제출하려고 오랫동안 설계도 작업을 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설계도의 지우개로 사용하려고 지금까지 식빵을 사 갔
는데, 하필 마무리 작업을 하던 그날 저녁 그 버터 빵 때문에 설계도를 모두 망
쳐 버린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이러한 일이 적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처지는 전혀 모
르는 채 그를 위하여 무언가를 해 준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합니
다. 사랑이란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를 중심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된 사
랑에 필요한 것은 헤아림입니다. 이것이 없는 사랑은 상대방을 힘들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을 향한 두 가지 사랑을 볼 수 있습니다. 마르타와 마
리아의 사랑입니다. 마르타의 사랑은 예수님께서 지금 바라시는 것을 알지 못한
한 채 드리는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하느님 나라에 대하여 말씀하고
싶어 하시는데, 그녀는 그것에 대해서는 듣는 둥 마는 둥 시중만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다릅니다.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바로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어떻습니까? 자기중심적인 사랑으로 오히려 상대답을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매일미사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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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도
"지혜로우시고 자애로우신 아버지,
저희에게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을 주시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교회에 모여,
언제나 들려오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형제들을 그리스도로 받아들이며 섬기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13. 7. 21.
Martinus
대영광송 / GL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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