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그 뒤안길

[강경희의 터치! 코리아] '日 방사능 괴담'보다 공포스러운 건?

뚜르(Tours) 2013. 8. 9. 11:08

괴담 부풀려졌지만 국민 불안감 여전… 日원전 사고 수습, 끝나지 않고 진행中
자료 조사도 않고 공유도 하지 않는 칸막이 쳐진 정부가 사회 不信 더 키워


	강경희 사회정책부장 사진
강경희 사회정책부장

지난달 31일 자로 본지는 인터넷 등을 통해 널리 퍼진 '일본 방사능 괴담'의 진위를 보도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 등장한 기형 식물의 사진이 일본 원전 때문으로 와전되는 등 부풀려진 것도 많았다. 한데 괴담이 부풀려졌다고, 괴담의 근저에 깔린 사람들의 불안감이 황당하고 근거 없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22일 도쿄전력이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바다로 흘러들었다'는 걸 시인했고, 손 놓고 있던 일본 정부가 뒤늦게 사고 수습에 나섰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의 핵 연료봉은 2022년경에나 철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역시 불안을 껴안고 살아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은 이웃 나라인 한국도 늘 주시하며 '상시 방어 체제'를 가동해야 하는 '활화산'인 것이다.

괴담 퍼지고, 언론에 보도되니 지난달 31일 총리실 주재로 관계 부처 협의회가 열렸다. 한데 이 '괴담 대책 회의'가 '괴담'보다 더 황당했다. '조선일보에서 괴담의 진상을 파악해서 이날 아침 자로 보도했으니 정부가 더 조치를 취할 것도 없다'며 회의가 1시간 만에 끝났다는 후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해양수산부·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다 모였다길래 회의 후엔 후쿠시마 원전 상황 및 각종 의문점에 대해 좀 더 꼼꼼하고 과학적인 설명을 담은 종합자료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부처마다 각각 내놓은 보도 자료 몇 건은 괴담을 잠재우고 국민 불안을 씻기엔 여전히 미흡했다.

이 '괴담 대책 회의' 이전의 경계 태세는 더 느슨했다. 일본 원전 사고가 1주년 되던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관련 부처들이 내놓은 후쿠시마 후속 보고서가 있었는데, 2년 지난 시점엔 그마저 찾기 힘들었다. 과학관이 파견된 주일본 한국 대사관 홈페이지엔 일본 방사능 관련 정보가 올해 달랑 한 건 떴다. 대책 회의 이후인 지난 5일에서야 '일본 전국의 공간 방사선량 및 방사성물질 누출 상황'이란 두 번째 자료를 올렸다.

원자력 안전을 총괄하는 기구로 2011년 10월 출범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작년 12월 말 회의를 끝으로, 올 들어 회의도 못 열었다. 지난 5일에야 비상임위원 구성을 마쳤기 때문이다. 앞서 5월에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이 도쿄에서 열린 '제32차 국제원자력규제자협의회'에 다녀왔다는데, 원안위 홈페이지엔 후쿠시마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는 그 회의의 내용도, 이 위원장이 다녀왔다는 후쿠시마 원전 소식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위원장이 일본 간다'고 한 쪽짜리 보도 자료를 낸 게 전부였다. 우리보다 일본에서 훨씬 멀리 떨어진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 '일본에서 배우는 교훈'이라는 코너를 띄워놓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NRC가 취한 조치를 항목별로, 연도별로 자세히 공개해 놓았다.

그나마 정기적으로 관련 정보를 공개해온 곳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인데, '실시간 방사능 수치'를 보려면 원자력안전기술원으로,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찾으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로 가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된 각종 정보와 대응 조치를 각 부처가 협업해서 모으고 수시로 업데이트하면서, 관련 기관 어딜 들어가도 국민이 원스톱으로 볼 수 있도록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종합 정보를 내놓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방사능 괴담'이 우리 사회의 불신을 키우는 건지, 안이하고 게으른 정부가 불신을 더 키우는 건지, 정말로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