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유명한 이 시, 다들 아시죠?
네~ 김춘수 선생의 ‘꽃’입니다.
하물며 말 못하는 식물인 꽃도 제발 자기 이름 좀 불러달라고 이토록 애원을 하는데,
사람은 이미 정해져있는 이름을 꼭 불러줘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관심이 있는 이름은 바로 자신의 이름이고,
가장 듣기 좋아하는 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임을 알아야할 것입니다.
제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제법 ‘인기교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신입생 이름 몇 십 명도 한 주 뒤이면 다 외워서 일일이 불러줬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이들을 만나자마자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것도 일부러 성을 떼고 ‘시내야’, ‘영진아!’ 하면
더욱 더 친근하고 다정다감하게 들렸던 모양입니다.
또 그들은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아서 아주 신나 해하는 것이 역력했습니다.
카네기 처세술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상대방의 이름을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고 잘 기억해 주라는 것입니다.
카네기 철강의 설립자인 ‘앤드루 카네기’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사람을 잘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이름 기억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새로운 고객이 생길 때마다 그 사람의 이름을 꼭 기억해두었다가 만날 때마다 잊지 않고 불렀다고 합니다.
카네기의 어린 시절의 재밌는 일화가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소년 카네기는 토끼 한 마리를 기르게 되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새끼가 많아지자 먹이를 대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이때 어린 카네기에게 멋진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동네 아이들을 불러 모아 한 가지 제의를 한 것입니다.
“얘들아, 이 토끼들에게 줄 풀을 뜯어 오면 니들 이름을 그 토끼한테 붙여줄게!”
계획은 대박으로 이어졌습니다.
자기의 이름을 붙인 토끼가 생긴다는 생각, 아이들은 열심히 풀을 뜯어온 것이죠.
소년 카네기는 상대방의 이름을 중요하게 여겨지도록 함으로써 어려움을 슬기롭게 넘긴 것입니다.
또 다른 일화도 무릎을 치게 하는 절묘함이 있습니다.
카네기와 폴먼이 침대열차 사업으로 경쟁을 벌이게 되었을 때
상대가 입찰가격을 깎아내려 이익을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호텔에서 폴먼을 만난 카네기는 정중히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폴먼 씨, 우리가 서로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싸우면, 어느 쪽도 이익을 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서로 협력을 하여 공동회사를 세우면 어떻겠습니까?”
상대 폴먼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회사 이름은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폴먼 회사죠!”
폴먼은 아주 만족해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짜자고 카네기의 옷소매를 끌었습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쳐진 신당명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정해지는 걸 보면서
양측을 이해하면서도 서로 양보를 하진 않았구나 싶더군요.
이 3월에 새 학년, 새 학교, 새 직장, 새로 이사 간 곳에서 새로 알게 된 사람의 이름을 부지런히 외우시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김재화 / 말글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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