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놋 세수 대야

뚜르(Tours) 2014. 6. 24. 14:59

 

 

 

 

놋 세 숫 대 야

                                        - 김 선 태-



아직도 고향집엔 놋세수대야가 있다.
늙수그레한 어머니처럼 홀로 남아 있다.
물을 비우듯 식구들이 차례로 떠나고
시간은 곰삭아 파랗게 녹슬었다.



어머니, 볏짚에 잿물 발라 오래도록 문지르면
다시 환하게 밝아오던 그 때 처럼
추억은 때로 보름달처럼 둥글고 환하다.
가만가만 두드리면 잊혀진 목소리들도
끈끈하게 살아서 돌아오니,
아 그래 너는 징소리처럼 기일고 나즈막한 울음을
속에도 감추고 있었구나.



다시 샘물을 퍼담고 어푸어푸 세수를 한다.
세수를 하다말고 물 속을 들여다본다.
순간, 낯설게 흔들리는 내 얼굴이 하나 있고
그 위로 식구들 얼굴이 아련히 얼비친다.



아직도 고향집엔 놋세수대야가 있다.
결코 깨지지 않을 황동신화처럼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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