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짚가리

뚜르(Tours) 2014. 7. 4. 07:13

 

 

 

짚가리

                                          맹문제


던지는 짚단을 받아 아버지는
쌓는다


지난 가을에는
아버지가 짚단을 던지고
할아버지가 저렇게 쌓았다


할아버지가 떠나신 올해
내가 짚단을 던지고
아버지가 받아 쌓는다


허물어지지 않게
어미 까치가 둥지를 짓듯
이리저리 맞추고 밟는 아버지를 보며
내 아들을 생각한다


당신이 가시는 날엔 나도
아들이 던지는 짚단을 저렇게
쌓을 것이다

                   시집 <먼 길을 움직인다> 중에서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걱정/ 기형도  (0) 2014.07.0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0) 2014.07.05
다 그렇고 그럽디다(2)  (0) 2014.07.03
젊음은 나의 큰 무기  (0) 2014.07.03
한글의 변신은 무죄  (0) 2014.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