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8월 /안재동

뚜르(Tours) 2018. 8. 30. 07:37

 


8

 

 

너만큼 기나긴 시간 뜨거운 존재 없느니.

뉜들 그 뜨거움 함부로 삭힐 수 있으리.

사랑은 뜨거워야 좋다는데

뜨거워서 오히려 미움 받는 천더기.

 

너로 인해 사람들 몸부림치고 도망 다니고

하루빨리 사라지라 짜증이지.

그래도 야속타 않고 어머니처럼 묵묵히

삼라森羅 생물체들 품속에 다정히 끌어안고

익힐 건 제대로 익혀내고

삭힐 건 철저히 삭혀내는 전능의 손길.

 

언젠가는 홀연히 가고 없을 너를 느끼며

내 깊은 곳 깃든, 갖은 찌끼조차

네 속에서 흔적 없이 삭혀버리고 싶다.

때 되면 깊고 긴 어둠 속으로 스스로 사라질,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

 

 

-안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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