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가기 전에
오광수
8월이 다 가기 전에
조금 남아있는 젖은 가슴으로
따가운 후회를 해야겠다.
삶에 미련이 많은 만큼 당당하지를 못해서
지나온 길 부끄러움으로 온갖 멍이 들어 있는데도
어찌하지 못하고 또 달을 넘겨야 하느냐
나의 나약함이여
나의 비굴함이여
염천 더위에 널브러진 초라한 변명이여
등에 붙은 세 치 혀는 또 물 한 바가지를 구걸하고
소리 없는 고함은 허공에서 회색 웅덩이를 만드는데
땅을 밟았다는 두 발은 흐르는 물에 밀려 길을 잃고 있구나
8월이 간다
이 8월이 다 가기 전에
빈손이지만 솔직하게 펼쳐놓고
다가올 새날에는 지친 그늘에게 물 부어주고
허공의 회색 웅덩이는 기도로 불러다 메워가고
물빛에 흔들리는 눈빛이라면 발걸음을 멈추자
머지않아 젖어있는 이 가슴이 마른다 해도
잠든 아이 콧잔등에 땀 솟을까
애쓴 마음이라도 남아있으면 너무 고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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