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8월이 가기 전에 /오광수

뚜르(Tours) 2018. 8. 31. 15:45

 


8월이 가기 전에

 

                                 오광수

 

 

8월이 다 가기 전에

조금 남아있는 젖은 가슴으로

따가운 후회를 해야겠다.

 

삶에 미련이 많은 만큼 당당하지를 못해서

지나온 길 부끄러움으로 온갖 멍이 들어 있는데도

어찌하지 못하고 또 달을 넘겨야 하느냐

 

나의 나약함이여

나의 비굴함이여

염천 더위에 널브러진 초라한 변명이여

 

등에 붙은 세 치 혀는 또 물 한 바가지를 구걸하고

소리 없는 고함은 허공에서 회색 웅덩이를 만드는데

땅을 밟았다는 두 발은 흐르는 물에 밀려 길을 잃고 있구나

 

8월이 간다

8월이 다 가기 전에

빈손이지만 솔직하게 펼쳐놓고

 

다가올 새날에는 지친 그늘에게 물 부어주고

허공의 회색 웅덩이는 기도로 불러다 메워가고

물빛에 흔들리는 눈빛이라면 발걸음을 멈추자

 

머지않아 젖어있는 이 가슴이 마른다 해도

잠든 아이 콧잔등에 땀 솟을까

애쓴 마음이라도 남아있으면 너무 고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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