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나는 좌절하는 것들이 좋다 /김경미

뚜르(Tours) 2018. 12. 12. 06:37

 

 

 

나는 좌절하는 것들이 좋다

 

                            김 경미

 

 

함박눈 못 된 진눈깨비와

목련꽃 못 된 밥풀꽃과

오지 않는 전화와 깨진 적금,

나를 지나쳐 다른 주소로 가는

그대 편지

 

나는 좌절하는 자세가 좋다

바닥에 이마를 대고

유리창처럼 투명하게

뿌리의 세계를 들여다본 것들

마치 하늘에 엎드려 굽어내려보는 신 같은

 

시집, 나의 세컨드는(문학동네, 2001)

 

출처 : 블로그 하루 한 편 시 읽기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산 /백원순  (0) 2018.12.14
시클라멘 /백승훈  (0) 2018.12.13
12월 /임영준  (0) 2018.12.11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김시천  (0) 2018.12.10
빗방울 연가 /박종영  (0) 2018.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