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묵시록 / 청원 이명희
조금 더 넓어지기 위한
비움의 시간 속에서
아뜩한 시간을 밟고 가는 쓸쓸함
더 다가설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계절의 끝자락에서
마냥 침몰해가는 나의 저녁
침묵으로 꽁꽁 묶여
눈물로도 건널 수 없어
내게 엎드려 있는 등 시린 아픔
길 끝에 이르러서야 더 이상의 슬픔은
욕심이라고 심장은 북을 친다
함께 할 수는 있어도 하나가 될 수 없어
마음 가득 사랑을 품고도 홀로 가는 길
사뭇 쌓인 긍정이란 이름으로 몸을 풀어
어깨위에 촉촉이 내리는 안개 속에서
외로워서 행복하다고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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