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나라 처사였던 도연명(陶淵明)은 높은 뜻과 원대한 식견(高志 遠識) 때문에
고위 관직은 못하고 그나마 아부를 못해 어느 날 관복 을 벗어던지고 떠나면서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노래했다.
"돌아가자! 전원이 장차 황폐하려 하니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歸 去來兮여 田園將蕪하니 胡不歸오)…
중략…교제를 그만두고 교유를 끊어야겠다.
세상이 나와 서로 맞지 않으니 다시 수레를 타고 무엇을 구하겠는가.
(請息交以絶遊라 世與我以相違하니 復駕言兮焉求리오)…
중략…천명을 즐기니 다시 무엇을 의심하겠는가.(樂夫天明復奚疑아)"
중국의 엄광이라는 선비는 한나라 광무제와 어려서 동문수학한 사이로 오랜 우정을 나눴다.
엄 선생은 그러나 광무제가 황제가 되자 시골로 피신하여 낚시를 하며 지냈다.
광무제가 그를 물색하여 불러왔으나 끝내 벼슬을 고사했다 한다.
광무제도 그런 친구에 대해 예의로서 자신을 낮췄다.
후세 사람들은 벼슬을 사양한 엄광에 대해 시를 지어 노래를 부르고 사당을 지어 제사를 올려줬다.
"선생의 마음은 일월(日月) 위로 솟아나고 광무제의 도량은 천지의 밖을 포용하니
선생이 아니었으면 광무제의 큰 도량을 이루지 못하였을 것이요,
광무제가 아니었다면 어찌 선생의 높은 절개를 이룰 수 있었겠는가."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이라고 해서 사람의 기본적인 생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백성들은 항우처럼 비굴하지 않은 지도자, 도연명과 같이 곧고 의젓한 관리를 원한다.
또 엄 선생과 같은 지조있는 선비를 기대한다.
권력을 좇는 철새 정치인, 관료, 학자들은 국민의 이런 마음을 한 번쯤이라도 헤아려 본 적이 있을까.
- 장용성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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