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 /유은희
버려진 지게로 메꽃이
뻗어가더니
이내 이마를 짚고
부러진 다리를 감싼다
고구마순도 볏짚도
산 그림자도
더는 져 나를 수 없는
무딘 등을 쓸어내린다
지게의 혈관이 되어
온몸을 휘돈다
한쪽 팔을 담장 높이 치켜들고는
지게의 뼛속까지 똑똑
햇살을 받아내고 있다
산비탈 마당가
메꽃과 지게는
하나의 심장으로 살아간다
반신불수의 지게에서
메꽃, 핀다
흰밥 수저 가득 떠서
아, 하고 먹여주는 늙은 입과
아, 하고 받아먹는 늙은 입이
활짝 핀 메꽃이다
가을 들풀 숲 속에서 수줍은 듯 숨어 피는 꽃,
양지바른 곳이면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
메꽃입니다.
우리나라의 토종 꽃입니다.
토종이기에 여러해살이 꽃입니다.
떨어진 씨가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는 것이죠.
나팔꽃과 꽃모양이 같아 모두 '나팔꽃'으로 부르죠.
나팔꽃은 한해살이 꽃입니다.
외래종이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메꽃 뿌리를 캐어 먹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달짝지근한 맛에 즐겨 먹었지요.
약으로도 쓰는 식용 식물입니다.
메꽃의 꽃말은 '수줍음'입니다.
2023.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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