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바람과 바람개비의 이유 /박종영

뚜르(Tours) 2023. 11. 23. 10:06



청명한 바람이 불어와야
피가 돌아 생명이 춤추는 바람개비

운수 좋은 날
알록달록 현란하게 몸치장하고
높은 언덕에서 바람을 유혹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불어와
구멍 난 바람개비 헛된 가슴으로
세상의 욕심과 비난의 눈물이 빨려 나가고

회전의 피가 몸에 밴
바람개비 등에 업혀
카멜레온의 얼굴을 창작하는 바람의 곡예

바람과 바람개비의 이유는
오직 하나
세월의 힘으로 돌아가는 지혜가 으뜸이다.

- 박종영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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