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삼월 비 /이도연

뚜르(Tours) 2024. 3. 19. 09:24

 

 

삼월 비   /이도연

 

 

삼월에 비가 오는 것은

겨울의 눈물인가

 

겨울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쉬움 남기고 가는 미련의 슬픔인 것을

시베리아 동토로 떠나는 동장군의 무운을 비는 제례 의식이다

 

삼월에 비가 오는 것은

봄을 재촉하는 풀잎에 맺힌 이슬의 노래

아름다운 꿈 꾸는 생동의 계절

삼월에 오는 비는

달달한 감로수로 목욕하고 산내들 소풍 가는 날

 

초록의 향기를 뿜어 올려 하늘바라기 새싹이

너도나도 보자기를 펼쳐 들고 들로 산으로 봄 마중 간다

 

삼월의 축복은 가랑비 이슬비 가리지 않고

대지를 녹이고 적시는 산파로

이 땅에 잉태의 서사시를 써 내려간다

 

갈잎이 들썩들썩 소복하게 일어서면

수줍어 꼼지락거리는 들풀이 눈부신 하품하는 봄,

또다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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