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골목 / 한영옥
봄 골목 한하게 내려오길래
타박타박 올라가 알아보았더니
담벼락에 담쟁이 몇 가닥 올리느라
키를 늘였다 줄였다 장단 맞추는
노부부의 합심이 켜진 것이었다
생의 온도를 맞춤하게 조절해온
평강의 기운이 절로 환해진 것이었다
이번 여름이나 늦어도 내년 여름엔
초록 담벼락 싱그럽게 쿨렁거리겠다
지나는 사람들에게도 한줌씩 시원하겠다.
- 한영옥,『슬픔이 오시겠다는 전갈』(문학동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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