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장맛비 애가(哀歌) /임재화

뚜르(Tours) 2024. 7. 17. 22:35

 

 

장맛비 애가(哀歌)   /임재화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못하였나요

온종일 쉴 틈 없이 내리는 빗줄기가

곱게 핀 백일홍 꽃잎에 하염없이 내리는군요.

 

아직도 슬픔이 채 사라져 버리지 못해

저렇게 종일토록 서럽게 울고만 있네요.

 

쉼 없이 내리는 장맛비를 맞으며

배롱나무에 화사하게 피어난 백일홍꽃이

차마, 해맑은 분홍빛으로 수줍어하며

 

살며시 어루만지는 임의 손길에

마냥 어찌할 줄 몰라서

괜스레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아직도 깊은 가슴에 북받친 설움으로

하염없이 하염없이 울고 있네요.

 

촘촘히 그물처럼 내리는 빗방울 사이로

참새 떼, 배가 고픈지 무리 지어서

포로로 날갯짓하며

방울방울 젖어있는 풀잎 사이로 날아갑니다.

 

솔숲에서도

영롱한 물방울이 솔잎에 반짝 매달려있고

대숲에서도 이슬 같은 빗줄기는 댓잎 위에서

은구슬처럼 또르르 굴러 내립니다.

 

아직도 비를 거두지 못하는 하늘에

저렇게도 서러움이 가득한 것은

아마, 어떤 기막힌 사연이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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