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내 마음은 나도 몰래 / 이영광

뚜르(Tours) 2025. 4. 8. 22:32

 

 

내 마음은 나도 몰래  / 이영광



모진 말과 빈말과 거짓말 중에
그중에 제일은 거짓말이라
입 밖에 낸 그 말 온 세상에
초롱초롱 숨어 살고
입안에 가둔 말들 살찐 벌레 같아라
모진 말과 빈말과 거짓말 중에
그중에 제일은 거짓말이라
나는 늙어가서 먼 산꼴짜기의
마른 나무로 침묵할까
오래 초록과 단풍의 진물 흘리리
세상 모진 말과 빈말과 거짓말 중에
그중에 제일은 한갓 거짓말이니,
나는 늙어가서 요양병원 구석의
조그맣고 검은 치매 노인 될까
울 때 웃고 웃을 때 슬피 울며
입 밖의 말 입안의 말 다 잊고,
내 입은 침처럼 다른 말을 흘리리
내 마음은 나도 몰래 진심을 모아
오래된 거짓말의, 거짓말을 흘리리


- [살 것만 같던 마음],창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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