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태어나서 죄송해요 / 이동순

뚜르(Tours) 2025. 6. 20. 15:19

 

 

태어나서 죄송해요  / 이동순

 

 

엄마는

세상 떠나실 때

둘러앉은 가족들께 유언하셨어

위로 여러 자식들

계모 설움 안 받도록 부탁하며

이대로 떠나는 게 송구하다고 우셨대

포대기에 싸인

윗목의 아기는 곧 당신 따라올 것이니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셨어

그 아기가 살아서

모진 세상 엄마 없이 자라서

칠십 년 세월이 지났네

엄마 엄마

그때 엄마 따라가지 못해

미안했어요 태어나서 죄송해요

- '어머니', 도서출판b,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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