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구설 오르내리더니 끝내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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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석이 청와대로 발탁된 데에는 국정홍보처 차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1월 국정브리핑 사이트에 띄운 ‘염소 뿔 오래 묵힌다고 사슴 뿔 되더냐’는 칼럼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수석은 이 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고등학교 교장으로,노무현 대통령을 대학총장으로 비유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고성능 자동차로,노 대통령은 갓 출고한 신형 비행기로 빗댔다.
글이 게재된 며칠 뒤 노 대통령은 “혁신과 균형,좋은 비유입니다. 나도 좀 빌려씁시다”라며 댓글을 달았고,공무원들에게 국정브리핑을 자주 접속하라고 독려했다. 이후 이 수석은 “경제 비관론을 접을 때가 됐다” “노무현 디스카운트를 노무현 프리미엄이 되도록 일하겠다” 등의 칼럼을 연재해 주목받았고,지난 3월 조기숙 전 홍보수석이 사임한 뒤 후임으로 임명됐다. 노 대통령이 그의 홍보 마인드를 평가해 직접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수석은 취임 뒤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막걸리 간담회를 여는 등 대언론 관계를 정상화시키려고 노력했으나 ‘코드발언’은 멈추지 않았다. 이해찬 전 총리가 골프 파동으로 사임압력을 받을 때는 “이 전 총리가 사퇴하면 국가 틀이 흔들린다”고 주장했고, 이치범 환경부장관 임명 당시 코드인사 논란이 일자 “에쿠스를 정비하는데 쏘나타나 벤츠 부품을 사용할 수 없지 않느냐”며 대통령과 총리를 적극 옹호했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에 대해 일부 언론과 전통적 지지층이 반발하고 나서자 다시 포문을 열었다. 그는 “1980년대의 낡은 종속이론으로 FTA를 재단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해 여당으로부터도 질타를 받았다. 지난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후에는 “북한 미사일은 어느 누구를 겨냥한 것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이나 글이 때때로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지나치게 대통령을 옹호하는 쪽에 쏠려 있어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 언론에서 대통령을 ‘계륵’에 비유하자 “대통령을 먹는 음식에 비유하지 마라”고 반박,논란을 자초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은 “계륵이란 표현은 언론사에서 흔히 쓰는 말이 아니냐”며 국가홍보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청와대 홍보수석실과는 선을 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수석은 지난 8월 유진룡 전 차관에게 후배를 아리랑TV 부사장직에 추천했다는 구설에 시달렸다. 그는 그러나 국회 문화관광위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책임제에서 아리랑TV가 부도나면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항변,여야 의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숱한 말을 쏟아낸 그는 결국 “지금 집을 사면 낭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부동산 발언으로 낙마했다. 자신이 굳이 하지않아도 될 말을 해 설화를 불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수석은 사의표명을 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을 모셔 영광이다. 노 대통령은 역사의 평가를 받을 분이라고 확신한다”는 말을 남겼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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