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115

더 좋은 자리

사랑하는 연인이 노을을 보기 위해 작은 동산에 올라 쉴 자리를 찾았습니다. 동산에 올라와 보니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가 있었고 그들은 그곳에 앉았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던 중 위쪽에 있는 자리가 더 좋아 보였고 “위로 가면 노을이 더 잘 보일 거야!”라며 위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곳에 앉은 후 옆을 보니 훨씬 좋아 보였고 “여긴 나무가 노을을 가리니 옆으로 가면 더 잘 보일 거야!”라며 다시 옆자리로 옮겨 앉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햇빛에 눈이 부셔 건너편으로 옮겼고 그곳에 만족하려던 찰나, 아래쪽에 아주 좋은 자리 하나가 보였습니다. 나무가 노을을 가리지도 않고 눈이 부시지도 않는 곳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아래쪽으로 옮겼는데 자세히 보니 이 자리는 두 사람이 처음 앉았던 자리였습니다. 인생도 ..

東西古今 2024.04.02

4월 초하루의 기쁜 소식

봄은 신발이 진창으로 가득 차도 휘파람을 불고 싶어지는 시기다. - 더그 라슨 4월입니다. 느낌이 다른 환한 달입니다. 환하게 핀 봄꽃처럼 기쁜일, 행복한 일이 많기를 소망합니다. 4월 초하루. 예전엔 잔인한 달이라 노래했던 시인이 있었지만, 요즘은 온갖 봄꽃이 다투어 피는 화려한 달로 변신했지요. 오늘 금식한 채 아산병원에 갔습니다. 혈액검사를 한 뒤 병원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X-ray 찍고 심전도 검사를 마친 뒤 벚꽃이 핀 산책로를 따라 올림픽공원을 걸었습니다. 병원식당에서 활전복소고기미역국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운동부하검사를 하고 담당의사의 검진 결과를 들었습니다. 1년 반 전 상태와 변동이 없고 이상(異常)이 없어 당뇨약 처방을 받는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고..

백비(白碑)가 보여주는 청렴한 삶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처럼 사람은 세상에 남기는 명예를 매우 중요시합니다. 그런데 전남 장성 소나무 숲 한 묘지 앞을 지키는 낯선 비석이 있는데 이름뿐만 아니라 아무런 글도 쓰여 있지 않은 '백비(白碑)'가 있습니다. 이곳에 묻힌 이는 조선 중기 청백리로 이름난 박수량(1491~1554)의 묘지였습니다. 그는 예조참판, 형조판서, 호조판서 등 높은 관직들을 역임했습니다. 조정에 출사 한 시기가 38년이나 되고 재상에 이르는 직위에까지 올랐지만,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청빈한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그가 죽었을 때 집에 돈이 없어 가족이 상여를 메고 고향도 가지 못하니 신하들이 임금께 청하여 겨우 장사를 치렀다.' - 명종실록 - 이에 명종이 크게 감동..

東西古今 202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