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생의 치유기도

[스크랩] 상호의존증과 가족체계

뚜르(Tours) 2007. 7. 18. 12:38

2003/04/14 18:02:50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불완전함과 결핍 감을 채워줄 수 있는 대상을 찾아 사방을 헤맨다.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불완전함과 결핍 감을 충족시켜 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상대를 찾아다닌다.
예를 들면, 나의 행복은 ‘얼마나 멋진 상대를 만나느냐’에 달려있다고 믿고 있거나, 나의 불행 또한 ‘내가 저런 인간을 만났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데, 둘 다 모두 자기 자신의 행복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을 다른 사람에게 두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어떤 이들은 무엇인가를 소유하는 것이 자신의 결핍 감을 충족시켜 줄 것이라고 믿으며 계속 그 구입 대상을 찾아다니며, 그러기 위해 돈을 모은다. 예를 들면 어떤 차나, 집이나, 기타 갖고 싶은 물건 등을 소유하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자신의 행복여부가 달려 있다고 믿고 있다. 이것을 가리켜 나는 ‘경제적, 상대적인 결핍감’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떤 이들은 또한, 특별한 단체에(예를 들면, 00학교출신 이라든지, 00부대00기수, 00교회, 00그룹등등) 소속되는 것에 대해 대단한 의미와 만족감을 느끼며, 자신의 결핍 감을 채워보려 하거나, 혹시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심한 소외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모든 시도는 다 거짓 환상일 뿐이다.

심리학자인 로버트 파이어스톤(Robert Firestone)은 그의 최근의 저서 ‘환상적인 유착’(The Fantasy Bond)에서 지적하기를, 환상적인 유착은 모든 인간의 심리체계에서 핵심적인 방어기제로써, 인간이 자신의 감정적인 필요가 충족되지 못할 때면 다른 사람이나 어떤 경험이나 소속, 혹은 특정한 물건 등과 자기 사이에 그런 유착적 관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방어키 위한 환상을 갖게 되는 이것은 단지 착각일 뿐이며, 사실은 사막의 신기루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가족치료사이며 심리학과 신학의 통합적 연구와 강연 등으로 널리 알려진 존 브레드 쇼우(John Bradshaw)는 이러한 환상적인 대표적 증상을 가리켜“상호의존성"(Co-dependency)이라고 부르며, 이것을 일종의 중독적 상태로 분류하여, “자신의 실체를 잃어버린 상태”라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상호의존성 자체를 하나의 감정적인 질병의 한 실체로써 인식하며 정신 병리학적이고 화학적인 중독 모델로써 임상적으로 다루는 경향도 있다.

원래 상호의존성이라는 용어는 알코올 중독된 사람이 있는 가족을 연구하는데 한정되어 쓰여졌다. 그리고 그 후에는 가족치료학자들에 의해 가족체계라는 개념이 사용되면서 전체 가족을 상호의존적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상호의존성은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가족 문제이다. 가족체계의 전체는 부분들의 합보다도 더 크므로, 만약 어떤 가족이 역기능적이라면 그 가족의 모든 구성원들은 그 역기능을 나누어 가지게 되며, 이런 경우 그 가족 모두를 가리켜 상호의존자라 부른다.

예를 들면, 가족 중 한 사람인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증이라면 그 가족 구성원 모두가 ‘알코올’에 대해 상호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역기능 가족 내에서 각 개인은 가족이라는 전체 체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원래의 고유한 자아를 포기하고 필요한 역할을 떠맡게 된다. 알코올 중독증 가족에서 어떤 아이는 자신이 속한 가족으로서의 품위 유지를 위해 영웅 역할을 하기도하며, 어떤 아이는 가족 모두의 정서적인 따뜻함의 필요에 응답하여 유모의 역할이나 대리 배우자, 혹은 가장의 역할을 맡게 된다.

만약 가족체계가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와 고통으로 황폐케 되어지면, 가족 중 어떤 아이는 희생자의 역할을 떠맡으면서, 가족들의 모든 분노와 고통을 연출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는 전체 가족이 불안한 상태이므로 각 가족 구성원들은 가족체계 유지를 위해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포기하고 자신한테 주어진 역할만을 수행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즉, 각 가족 구성원은 서로에게 상호의존적이 된다.

중독의 정의가 확대되어 보다 넓은 의미의 중독들 (활동, 감정, 생각)을 포함하게 되면서 모든 역기능 가족들이 동일한 상호의존 구조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가족 구성원들은 약물 남용, 근친상간, 폭력, 일 중독, 성 중독, 식사 장애, 종교 중독, 부모의 분노와 질병 등, 가족 내에 존재하는 강박적이고 중독 적인 것에 의한 수치심과 불안에 반응하며 살아가게 된다.

또한 자신을 포기하고 가족체계가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때론 자신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떠맡게 됨으로써 허위 자아를 형성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 진정한 자아는 무의식적인 가족최면에 너무 오랫동안 매몰되어 있어서 마치 자신이 하고 있는 역할 자체를 실제 자신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마치 살아있는 것 같으나 나를 가지고 살지 못하기 때문에 뭔가 허전하며 속이 비어 있는 상태가 된다. 이러한 역기능 가족체계의 주요한 결과로서 가족구성원들 간에 서로 상호 의존하게 되며,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자기 자신의 감정과 욕구와 갈망을 지닐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상호의존은 나 자신의 실체를 잃어버린 정신 질병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상호의존적이 되면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나 외부의 반응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고 반응하며 행동하게 된다.

다음의 예들은 상호의존이 어떻게 나타나는 가에 대한 임상적 실례들이다.

박 양은 자신의 남자친구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에 대해 듣고 난 그 날 밤에 남자 친구의 문제가 너무나 마음에 걸려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그녀 자신의 감정보다도 남자 친구의 감정에 지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군은 6개월 동안 사귀었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날 밤에 자살을 시도했는데, 그 이유는 이 군 이 자신의 모든 가치를 여자 친구가 자신을 사랑하는 데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군은 자신의 내면의 실체의 깊은 곳으로부터 스스로의 가치(Self-Worth)를 지니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가치 있게 만든다고 믿는 다른 사람 중심의 가치체계(Others-Worth)를 지니고 있었다.

아내인 김씨는 남편이 외식을 하러 나가자고 했을 때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남편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따라 나섰고, 남편이 어느 식당엘 가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아무 데나 좋다고 대답했다. 그 날 밤, 남편은 그녀를 멋진 식당으로 데려갔으며, 일류요리를 먹었으며, 유명한 영화까지 감상했으나 그 날 밤 김씨에겐 모든 것들이 따분했고 아무 것도 즐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일주일 내내 시무룩한 채로 지냈다. 남편이 도대체 무슨 영문이냐고 물었을 때도 그녀의 대답은 “아무 일도 없다”였다. 주위 사람들은 늘 김씨가 착하고 예의 바르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그러나 사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착하게 보이기 위해 자기 자신을 위장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착하게 보이기 위해서 고전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김 씨에게 있어서는 이 ‘착한 이미지’가 거짓 자아(False Self)인 셈이다. 그녀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느낄 수도, 그리고 할 수도 없다. 김 씨는 자신의 실체를 잊고 산지가 이미 오래이다.


장여사는 최근 몇 달 동안 계속해서 남편에게 벤츠 승용차와 골프 클럽 회원권을 사내라며 졸라대고 있다. 그녀는 사실 오랫동안 빚에 시달려 왔으며, 매일 매일 신용 카드 빚을 갚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자신을 남들에게 부유층으로 보이고 싶어서 액세서리를 사들이고 미용에 온 신경을 쓴다. 남들에게 부자로 보일 수 있다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는 남을 만나는 일을 극도로 꺼려하기 때문에, 화장하고 치장하느라 중요한 시간 약속을 어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장 여사가 오랫동안 분명히 믿어오고 있는 확신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부자처럼 보여야만 무시를 당하지 않고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 거울을 들여다 볼 때도 부티 나게 보여야만 자신감이 팍팍 서는 것 같은 것을 자신도 어쩔 수가 없다. 장 여사는 불행하게도 자신의 내면세계를 잃어버리고 살고 있다.


위의 모든 임상 사례들은 자신의 내면 깊이 있는 실체적 자아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자신들 밖의 외부적인 것들에 의해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태인 상호의존증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중독의 정의를 사회 전체를 포함하는 데까지 그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즉, 우리 사회 전체는 거대한 가족체계를 이루고 있으며 그 역기능적 결과로 나타나는 상호의존성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위기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모든 중독증은 상호의존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매우 심각하게 중독 되어 있으며 우리 모두는 심각한 상호의존자들 이다. 우리가 상호의존자가 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의 내면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적 세계가 약하면 약할수록 외부적인 것들에 강박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상호의존성은 역기능 가족체계 안에 속한 가족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내면의 실체를 포기함으로써 비롯된 수치심에 근거를 두고 있다. 상호의존적인 사람들에게는 내면화된 수치심과 강한 자기 비하감이 숨겨져 있다. 수치심이란 자신이 결함이 있고 무가치하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어떤 이들은 수치심으로 인해 비밀 속에 자신을 감추고 숨기며 살아가며 자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경계하며 산다. 수치심에 기초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맺고 있는 모든 관계를 통제하려 든다. 수치심을 갖는 것은 영혼의 구멍이 난 컵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수치심에 기초한 상호의존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주위를 끄고 자신을 꼭 필요한 존재로 만들려고 애쓴다. 그래서 때론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흔히 상호의존자들은 남을 보살피거나 경제적인 성취감을 얻는 직업을 택한다. 그리고 일 중독이거나 녹초가 될 정도로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상호의존은 중독중의 중독, 즉 병든 형태의 삶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이 외부 물질 활동과 다른 사람들에게 있다고 믿으며 그러한 삶의 행동양식을 갖고 사는 것이다. 상호의존은 결국 자신의 실체가 없는 정신적인 파산 상태를 의미한다.

상호의존성을 치유하려면 자신의 정체성을 내면 깊은 곳에 뿌리 내림으로써만 가능하다. 겉이 화려하고 멋진 예배당을 짓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내면 마음 깊은 곳에 예배당을 짓는 일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겉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속은 텅 빈 충만을 구하기보다는 겉은 비록 허술해 보일지라도 속이 꽉 찬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 자신의 삶과 가족과 교회 그리고 우주 공동체의 궁극적인 치유를 가져오게 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게 할 것이다.
**오제은/천안대 교수**

출처 : 달맞이꽃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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