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어머니의 밥그릇

뚜르(Tours) 2007. 7. 26. 15:24
어머니는 자그마한 어촌 부둣가에서 생선을 받아다 파시는 생선 장수였습니다. 고깃배를 타던 아버지가 풍랑에 쓸려 세상을 등진 후 어머니는 6남매를 그렇게 홀로 키우셨습니다.

작달 만한 키에 허기진 몸으로 어머니가 자식들 입에 밥술이라도 떠 넣어 줄 수 있는 길은 생선함지를 머리에 이고 이집 저집 다리품을 파는 일뿐이었습니다. 어머니의 행상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되었습니다. 그래 봐야 6남매 한 끼 식량을 사기도 빠듯한 벌이였습니다. 팔다 남아 물간 생선 한 마리와 봉지쌀 조금만 있어도 집으로 돌아오는 어머니의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열두 살, 열 살, 여덟 살, 고만고만한 어린 아이였던 우리의 소원은 하얀 쌀밥 한번 양껏 먹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밥은 언제나 모자랐고 우린 너나 할 것 없이 먹을 것만 보면 허겁지겁 야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끼니마다 밥을 반 그릇씩 남겼지만 남은 밥을 절대로 자식들에게 주지 않았습니다. 막내가 숟가락을 빨며 더 먹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언제나 손으로 단호하게 밥그릇을 막았습니다. "이건 안 된다고 했잖니."아이들은 그럴 때마다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날따라 막내가 유난히 남은 밥에 집착한 나머지 상다리를 붙잡고 매달려 버둥대는 막내 때문에 밥상이 흔들렸습니다. 그 순간 기우뚱 기울어진 상에서 어머니의 밥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밥그릇에서는 허연 것 하나가 툭 튕겨져 나왔습니다. 막내가 얼른 그걸 쥐고 말했습니다. "이게 뭐야?..."

어머니는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우리는 그제야 어머니가 우리에게 남은 밥을 주지 못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엎어진 밥그릇에서 튕겨져 나온 것은 큼직한 무 한 토막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들은 같이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밥그릇에 쏙 들어가게 모양을 내어 깎은 그 무 토막 위에는 밥알이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이글은 daum 카페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좋은 글방)중에서 퍼내어 약간 줄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