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세상을 밝히는 '바보 같은 스님'

뚜르(Tours) 2008. 1. 19. 10:43

      부처님이 살아계셨을 당시 인도의 사위성이라는 곳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스님이 보석 세공사의 초청을 받아 공양 대접을 받으러 갔다. 이 세공사가 고깃덩어리를 다루고 있을 때 마침 왕이 보석을 보내와 가공을 부탁하였다. 세공사가 피 묻은 손으로 보석을 집어다 탁자 위에 놓고 손을 씻으러 간 사이에, 집에서 기르던 거위가 피 묻은 보석이 고깃덩어리인 줄로 알고 스님이 보는 데서 그것을 삼켜버렸다. 자리로 돌아온 세공사가 보석이 없어진 것을 알고 노발대발했음은 물론이다. 결국 스님이 훔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닦달을 했지만 스님은 “내가 훔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화가 난 세공사가 스님을 묶어놓고 피가 낭자할 때까지 몽둥이로 온몸을 때렸지만 그래도 스님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던 세공사는 스님에게서 흘러나온 피를 보고 달려드는 거위를 힘껏 걷어차 결국 거위가 죽게 되었다. 그 거위가 죽은 것을 확인한 스님은 “실은 그 거위가 보석을 삼켰소” 라며 그제야 진실을 알려 주었다. 거위의 배를 갈라 보석을 찾아낸 세공사가 백배 사죄하였지만 그 스님은 이미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맞았기 때문에 얼마 안 되어 세상을 떠났다. 죽음에 이를 정도로 얻어맞으면서도 그 스님은 새 한 마리를 살리 려고 “저 새가 보석을 삼켰다”는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그 말을 하면 세공사가 거위를 죽여 보석을 빨리 찾으려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거위의 죽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사실을 밝힌 이 스님은 바보일까. 우리는 역사상 수많은 성인과 위인이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그래서 그분들을 존경한다. 그러나 자기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새 한 마리를 살려보려고 했던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쩌면 바보처럼 보이는 이 스님과 같은 사람이 많아지는 날, 이 세상은 정토가 될 것이다. 유정 스님·천태종 교무부장 ♬배경음악:세컨왈츠(팬플릇연주)/Naz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