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친구란 내 심혼(心魂)을 알아주는 사람

뚜르(Tours) 2008. 12. 30. 12:27

친구란 내 심혼(心魂)을 알아주는 사람

 

백아(伯牙)는 거문고 연주의 명인(名人)이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그의 연주의 묘미를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는 홀로 산이나 들에 나가 연주를 하곤 하였다.
어느 날 백아가 강가의 갈대밭에 나가 연주를 하고 있는데 어디서 낮은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 나는 곳을 찾아보니 탄식을 하는 사람은 종자기(鍾子期)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꾼이었다.
백아가 까닭을 묻자 종자기가 말하였다.

 “지금 절묘한 거문고 소리가 들려오기에 감탄하여 한숨을 쉬었소이다.”

백아는 뛸 듯이 기뻐하며 그를 위해 여러 곡을 연주하였는데 그때마다 종자기는 백아가 탄주하는 곡의 깊은 의취(意趣)를 정확하게 짚었다.
백아가 산을 생각하며 탄주하면 종자기는

 “아아, 아아(峨峨)하기 태산(泰山)과 같구나!”

하였고, 물을 생각하며 탄주하면 종자기는

 “아아,양양(洋洋)하기 대해(大海)와 같구나!”

하였다.
이에 두 사람은 벗이 되었다.
두 벗은 내년에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이듬해 백아가 그곳에 가니 종자기 대신 다른 사람이 와서 말하였다.

 “그분은 지난 겨울에 돌아가셨습니다.”

백아로서는 세상 모든 것을 잃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는 거문고의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는 ‘관계’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관계를 장악하는 자가 사회를 장악하게 된다.
관계에는 호의로 이루어진 관계와 그 반대되는 관계가 있다.
전자는 나를 밀어 올리지만 후자는 나를 끌어내린다.
그러므로 당연히 전자의 인맥을 강화해야만 하는데, 그 첫 번째가 벗을 만드는 것이다.

중국 말로는 벗을 지기(知己)라고 하고, 붇다는 벗을 선지식(善知識)이라고 하였다.
‘지기’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왜 ‘알아주는 사람’인가.
인간은 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롭기 때문이다.
백아처럼 어느 분야에서 천하 제일의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결국 인간은 약하고, 또한 외롭다.
능력면에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내 능력을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인간은 약하고 외로운 존재이다.
그러므로 당신에게 백아 같은 능력이 없거든 종자기 같은 ‘남의 능력을 알아주는 능력’이라도 가질 일이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 능력을 사장시켜 버렸다.
그만큼 그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절실했던 것이다.
이 경우 더 귀한 사람은 백아가 아니라 종자기이다.

백아와 종자기처럼 내면의 가장 깊고 절실한 데를 알아주는 친구를 ‘지음(知音)’이라고 한다.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의 시에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사람 적네(세로소지음)”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런 외로움은 능력이 큰 사람일수록 더한 법이다.
하물며 그의 호에도 외로울 고(孤)자가 있을 바에야 말해 무엇하랴.

지음 중에는 ‘홍분지음(紅粉知音)’이라는 것도 있다.
여자가 지음으로 다가오는 경우 그녀가 홍분지음이다(여자에게 그런 남자는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만일 부부가 그 지향하는 이상이 같기 때문이라면 그런 부부처럼 아름다운 관계가 어디 있겠는가.

한편 붇다가 벗을 ‘선지식’이라고 부를 때에는 벗이 수평적인 관계뿐 아니라 수직적인 관계로까지 확장된다.
붇다는 선지식에 벗과 함께 스승을 포함시켰다.
선지식을 ‘선우(善友)’라고도 하는데, 이는 ‘좋은 벗’이라는 뜻이다.

붇다는 어느 때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이여, 우리가 가고 있는 이 아름다운 길이 완성되기 전에 반드시 먼저 아름다운 조짐이 있다.
그것은 마치 해가 떠오르기 전에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드는 것과 같다니,
바로 우리가 선지식과 함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성공 앞에도 아름다운 조짐이 있으니 우정이 바로 그것이다.
나를 나보다 더 아껴주는 사람.
그런 우정을 가꾸라.
그런 사람을 만들라.
그리고 나 또한 그에게 그런 사람이 되라.
그러면 머지않아 성공의 밝은 태양이 동쪽 산 위로 힘차게 떠오를 것이다.


                                                                   김정빈 지음 <리더의 아침을 여는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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